초박빙 속 판세 가를 변곡점
해리스, 낙태권 고리로 맹공
트럼프, 인플레 정책 압박 예고
‘허니문’ 주춤한 해리스엔 돌파구
트럼프, 빼앗긴 승기 되찾을 기회
“해리스 잘 몰라” 유보적 입장 많아
‘8% 부동층’이 표심 결정 분수령
바이든과 토론 때 선방한 트럼프
고령문제 노출·비방전 나설 수도
미국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맞붙는다. 두 후보는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어 이번 토론이 판세를 가를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리는 ABC뉴스 주관 대선 토론에서 1시간30분 동안 맞붙는다.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 하루 전인 9일 WBHK 라디오프로그램 리키스마일리모닝쇼에 출연해 “그가 진실을 말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에 우리는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필라델피아의 한 호텔에 머무르면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토론을 주관하는 ABC방송의 진행자 데이비드 뮤어가 “친해리스이자 좌파 뉴스진행자”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참모들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을 정책적으로 압박하는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8일 발표된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전국 여론조사(등록유권자 1695명 대상, ±2.8%포인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해리스 부통령은 47%를 기록했다. 오차 범위 내에서 두 후보자가 접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역시 NYT가 9일까지 최근 경합주 여론조사를 평균 낸 결과에서도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접전을 치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치러지는 두 후보 간 TV토론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를 주요 변수로 평가된다.
8월 말 USA투데이·서퍽대 조사에서 8%의 등록유권자들이 아직 지지 후보자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두 후보가 대면하는 이번 토론이 부동층의 표심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느 대선과 다르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대선을 3개월여 남겨두고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인 유권자가 많은 것도 이번 토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앞서 NYT·시에나대 조사에서 응답자의 28%는 ‘해리스에 대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으며, 해리스 부통령 지지층에서도 3분의 2는 그의 정책을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 8월 한 달 동안 치솟았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허니문 효과가 다소 주춤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이번 대선 후보 토론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빼앗겼던 승세를 되찾아올 기회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를 고리로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이번 토론 준비에 ‘정책 시간’(policy time)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해리스 부통령을 정책적으로 압박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제와 물가 상승 등은 바이든 행정부의 실책으로 꼽히는 데다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현안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맹공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일부 ‘백만장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줄이려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에 반대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기후·에너지 정책에서도 첨예하게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이민 문제도 해리스 부통령이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분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특사를 맡았던 해리스 부통령을 ‘이민 차르’라고 공격해왔다. 현 행정부 소속인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인기 없는 정책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며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책 토론을 하다가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재생산권(낙태권)을 내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 층, 여성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을 폐기한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3명을 자기가 재임 기간 임명했다고 자랑해왔지만, 최근 재생산권 문제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쟁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개별 주의 결정에 맡긴다는 모호한 접근을 해서 해리스 부통령의 공격을 받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무시한다는 점을 비판하고,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의 친분을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 논란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등판하게 했던 6월 CNN 토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실력에서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토론을 주도했다. 그는 특유의 네거티브 공세도 자제했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후보가 바뀌면서 초박빙의 판세를 이어가고 있는 현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YT는 이날 “78세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81세인 바이든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에너지를 보여주지만 그 역시 이름을 혼동하고 사실을 혼동하며 자신의 주장을 왜곡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에 가려 드러나지 않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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