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과 제재 시차 있어 뒷북 우려
토종기업 역차별 없게 보완 필요
정부와 국민의힘이 어제 빅테크를 비롯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갑질 등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입법방향에 합의했다. 공정거래법을 손질해 자사우대(알고리즘 조작 등)·끼워팔기·멀티호밍(경쟁플랫폼 입점)제한·최혜 대우 요구 등 시장 왜곡행위 때 사후추정하는 방식으로 규율하는 게 핵심이다. 과징금 상한선은 매출액의 6%에서 8%로 상향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배적 플랫폼의 반경제적 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플랫폼 시장의 경쟁질서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당정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제도를 철회하고 사후처벌로 돌아선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사후처벌은 반칙행위와 시정 조치 사이에 시차가 있어 사후약방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가 조사·제재절차가 마무리되기 전 해당 기업의 반칙행위를 멈추는 임시중지명령을 도입한다지만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경쟁플랫폼 고사·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이 현실화할 수 있다. 공정위는 빅테크의 반칙행위를 제때 막을 수 있도록 조직역량을 키우고 모니터링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역차별 우려도 가실 줄 모른다. 공정위가 관련 법률과 규제를 국내외 사업자 모두에게 적용할 방침이지만 중국 등 해외 기업과 정부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뜩이나 ‘알테쉬’(알리·테무·쉬인)라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판이다. 국내업체는 10곳 중 4곳이 자본을 다 까먹을 정도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토종업체가 역차별당하지 않도록 정교한 보완책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플랫폼 독과점 폐해와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도 빅테크의 갑질을 막기 위한 규제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대부분 자국 이익에 플랫폼 규제의 방점을 찍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도 글로벌 추세에 맞춰 독과점 지위남용을 엄히 제재하되 혁신은 지원하는 균형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중개거래 및 수익 등을 따져 이커머스 업체를 대규모 유통업체에 포함하기로 했는데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플랫폼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도 시급하다. 당정은 티메프(티몬·위메프)미정산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정산기한과 판매대금 별도 관리방안을 제시했는데 국회는 서둘러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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