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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 인사’의 속내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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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6 07:18:45 수정 : 2024-06-16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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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시작을 앞두고 이승엽 두산 감독이 한화 덕아웃 쪽으로 달려갔다. 김경문 신임 두산 감독을 발견한 이 감독은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그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인연이 깊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 이 감독은 대표팀 선수였다. 사제지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젠 둘 다 팀 성적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그래서인지 이 감독은 “김 감독님께는 감사한 마음뿐”이라면서도 “(두산) 팀의 승리를 위해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경기 중에는 우리 팀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대한민국 최고 인기 가수는 단연 임영웅이다. 2020년 TV조선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우승하며 유명해진 그는 트롯은 물론 발라드, 힙합,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서 한껏 재능을 발산하고 있다.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다. 임영웅의 콘서트에 다녀온 이들은 하나같이 그의 매너를 칭찬한다. 고령의 팬들을 향해 임영웅은 “춥지 않으시냐”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진행 요원에게 말해달라” “초콜렛도 나누고 어깨도 서로 주물러주자” 등 다정한 말을 건네길 주저하지 않는다. 넓은 객석을 향해 인사할 때 방향을 돌려가며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것은 기본이다.

 

허리를 확 숙이는 90도 인사는 진정한 애국자나 정말 고마운 이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들 중 하나다. 물론 90도 인사에 대한 시선이 꼭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90도 인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조폭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 때문일 것이다. 보스를 향해 ‘형님’ 하고 크게 외치며 허리를 90도로 굽혀 깍듯이 인사하는 조직원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들끼리는 지극히 당연한 예의범절일 수 있겠으나 옆에서 보기엔 다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각도가 충성심과 비례한다면 90도를 넘어 120도, 아니 150도로 숙이는 인사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왼쪽)이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하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김대중평화센터가 서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개최한 ‘6·15정상회담 24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박 원내대표는 왜 그랬을까. 하루 뒤인 1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가 내놓은 발언 속에 답이 있다. “더 이상 기다릴 여유도, 이유도 없다. 의장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이 이미 위원장직을 장악한 국회 법사위, 운영위 등 11개 상임위 말고 남은 7개 상임위 위원장을 뽑을 본회의도 속히 열어달라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이젠 민주당원도 아닌 우 의장의 중립적 태도를 기대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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