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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 인정… 지난 2년간 실형은 1건 [연중기획-안전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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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5 06:00:00 수정 : 2023-12-05 1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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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11명 판결문 분석해보니

충실한 안전 업무수행 여부가 관건
11건 중 10건 사업주 불이행 지적
동종범죄 전력 여부 따라 형량 갈려
노동자 과실도 양형에 참작되기도

법 시행 전엔 현장소장 등 처벌받아
최근 원청·사업주에 책임 긍정 평가
경총 “중기에 기소 집중… 지원 필요”
‘50인 미만’ 또 유예 추진에 勞 반발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다시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르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망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고, 민법상 손해액의 최대 5배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 다음달 27일까지였던 2년간의 유예기간 종료가 임박하면서 유예 연장을 요구하는 경영자 측과 예정대로 유예 종료를 주장하는 노동계의 갈등이 계속됐다.

세계일보가 4일 당정의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과 관련해 법시행 후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업주 28명 중 1심 법원 판단이 내려진 11명 전원에 대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징역 1년형을 받은 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0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10명에겐 평균 징역 13개월에 집행유예 2년6개월의 판결이 내려졌다.

 

실형이 선고된 1건은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에서 60대 노동자가 보수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t의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건이다. 지난 4월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이 사업주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적발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현재 1심 판결이 내려진 11건을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 없이 검찰이 기소한 사업주의 법 위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11건 중 2건은 검찰과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이 확정됐고, 나머지 9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충실한 안전 업무수행 여부가 핵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충실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시행령 4조 5호에 규정한 의무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주로 문제 삼았다. 판결문 11건 중 10건에서 사업주가 이 부분을 지키지 않아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지목됐다.

 

시행령 4조 5호에 따르면 사업주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및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업무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주고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기준을 마련하며 △그 기준에 따라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5월 함안군에서 하청노동자가 굴착기에 끼여 숨진 사건에서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피고인(사업주)은 안전보건 관리책임자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관리책임자가 협착 위험을 적절히 평가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접근제한 등의 조치를 하지 않게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업주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지난해 3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철거 작업 중 사망사고가 난 사건에서도 이 문제가 적시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사업주가) 업무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안전 관리자가 해체 구조물에 대해 사전조사 없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했고, 현장에 적정 인력이 배치되지 못하게 했다”며 사업주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도록 한 부분(시행령 4조 3호)도 9개 사건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2021년 9월∼지난해 2월 경남 창원시 의창구 공장에서 유해물질 흡입으로 16명이 독성 간염에 걸려 기소된 사건에서 사업주 측은 위험성 평가 매뉴얼 등을 뒀기 때문에 해당 의무를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창원지법은 이에 해당 매뉴얼이 법률에서 정한 수준의 일반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면 사업장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야 하고, 이런 절차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확인하는 내부 규정을 갖춰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밖에 안전·보건에 대한 목표 및 경영방침 설정(시행령 4조 1호), 도급·용역·위탁 관련 기준 및 절차 마련(시행령 4조 9호) 조항도 사업장에서 빈번하게 위반돼 유죄 판단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처벌 전력·노동자 과실도 양형 반영

 

실형 선고를 포함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업주 11명이 선고받은 평균 징역형량은 징역 12개월27일이다. 의무위반 내용이 엇비슷한 업체들의 처벌 수위를 가른 것은 동종범죄 전력이었다.

 

유일하게 실형을 선고받은 사업주도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전력이 있었다. 그는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3차례 벌금형을 받은 이력이 있고, 이번 사건으로 기소될 당시엔 또 다른 노동자 사망사고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이런 사정을 언급하며 “해당 사업장에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죄책은 상당히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이 밖에도 법원은 이 법의 입법 취지를 감안해 “반복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거나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을 이행했더라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노동자의 안전 불감증이 사업주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고양시의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의 5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건에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 4월 사업주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해자를 비롯한 건설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해 있던 안전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 관행도 일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피고인(사업주)이 사고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는 점, 피해자 유족과 합의를 하고 유족이 처벌불원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도 감경 요소로 고려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 논란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해 현재 이뤄지고 있는 법원 판단에 대해 “법 시행 전에는 현장소장이나 공장장 같은 사고 업체가 주요 책임 대상이 됐다면 최근엔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원청(발주처로부터 직접 청부받은 기업)과 그 대표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선고된 일부 사건의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균질해지는 추세에 대해선 “위반 정도나 범죄 중대성이 다른데 형량이 이렇게 비슷해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입법 취지가 유사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전적 조치에 중점을 뒀다면, 이 법은 중대재해를 야기한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기 위한 사후적 법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영계가 지원·예방 중심의 법체계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기소와 처벌이 집중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 시행 이후 기소된 28건 중 23건(82.1%)의 수사대상이 300인 미만 기업이었다면서,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입법 취지였던 중대재해 감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처벌만 강화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중소기업이 안전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예방 중심의 법체계로 법령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중대재해법 전문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시행 후 기업 전반적으로 안전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올라갔지만, 통계적으로 사고는 줄지 않았다”며 “각 기업마다 업무적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 어떻게 사고를 예방할지 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근로자가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는 등 여러 사람들의 사소한 과실이 뭉쳐 사고가 발생한다”며 “근로자도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등 노사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국가가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나 50인 미만의 경우 적용유예 기간을 둬 당초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등 중소기업 단체장 및 관련 협회·협동조합 대표 20여명은 지난달 27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을 더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종민·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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