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치적 박해·선거개입”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30일(현지시간) 기소됐다. 현시점에서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그가 역대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되면서 2024년 미 대선 판도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결정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직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퍼니 클리퍼드)가 주장하는 2006년 혼외 정사 폭로를 막기 위해 2016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줬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이었던 마이클 코언이 대니얼스에게 이 돈을 전달했으며, 나중에 트럼프그룹이 ‘법률 자문 비용’ 명목으로 꾸며 코언에게 추가 비용 등을 더해 42만달러를 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업 문서 조작은 경범죄에 불과하지만,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트럼프그룹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거 자금을 지급하고 회사 기록을 조작했다면 선거자금법 위반 등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공소장에 기업사기와 관련한 30여건의 혐의가 적시됐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혐의 사실을 담은 공소장은 기소와 동시에 피고인이 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처음으로 출두할 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 맨해튼지검에 출석해 피의자 식별용 얼굴 사진(머그샷) 촬영과 지문 채취 등을 한 뒤 뉴욕주 지방법원으로 이동해 유무죄 주장을 밝히는 기소인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을 두고 당장 대선 가도에 타격을 받게 됐다는 관측과 오히려 지지층 결집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것은 정치적 박해이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위에서 자행된 선거 개입”이라며 “난 완전히 무고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