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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무서움… 김연경이 막히면 옐레나·김미연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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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30 08:50:43 수정 : 2023-03-30 10: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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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배구 여제’ 김연경(35)이다. 경기 내적으론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까지 모두 잘 해내는 공수겸장인 데다 경기 외적으로 특유의 파이팅과 세리머니로 팀 분위기도 고조시키는 대체 불가의 선수다. 물론 김연경의 열광적인 팬덤으로 인해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경기하는 원정팀들은 5000여명 이상의 함성 소리를 이겨낼 수 있는 멘탈까지 필요하다.

 

그래서 29일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의 흥국생명 타개책은 ‘김연경을 묶어라’였다. 그가 공격에서 제 몫을 다 해내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수 1명이 부진한 것 그 이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 김 감독은 김연경을 봉쇄하기 위해 188cm로 팀 내에서 신장이 가장 좋은 캣벨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위치시켰다. 김연경과 로테이션이 맞물려 돌아갈 경우 천하의 김연경이라 해도 캣벨의 블로킹 높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김연경 봉쇄령’은 1,2세트에 분명히 먹혀들었다. 흥국생명 선수들이 지난 19일 현대건설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열흘 정도 실전 경험이 없어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김연경은 1세트 블로킹 1개와 서브득점 1개 포함해 5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공격성공률이 25%까지 떨어졌다. 2세트에는 득점은 단 2점에 공격성공률은 20%까지 더 하락했다. 1,2세트 합쳐 김연경이 7득점에 공격성공률이 23.53%에 불과했다는 것은 도로공사 선수들이 김연경에게만큼은 쉽사리 득점을 내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흥국생명의 경기력 저하의 정도보다 도로공사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가 더 컸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환절기라 그런지 감기 기운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게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 사령탑들이 늘어놓는 흔한 ‘연막작전’일 수도 있고, 실제 감기 기운이 있을 경우 몸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 경기가 오히려 잘 풀리는 경우도 왕왕 존재한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감기 기운이 도로공사 선수단 전체를 덮친 모습이었다. 결국 김연경을 그렇게 봉쇄해내고도 자신들의 컨디션 난조로 1,2세트를 모조리 내주면서 이날 경기는 꼬였다. 팀의 주축인 박정아와 배유나는 지난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경기력의 반도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의 핵 임명옥마저 더블 컨택 범실이 나오기도 하고, 상대의 쉬운 서브에 에이스를 허용하는 등 몸 상태가 예전의 좋았을 때와는 분명 달랐다.

 

게다가 흥국생명이 무서운 것은 팀의 에이스인 김연경이 흔들려도 옐레나와 김미연이 터져줄 수 있는 선수란 점이다. 정규리그 막판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가 챔프전과 맞춰 돌아온 세터 이원정도 김연경이 1,2세트 흔들리자 팀 공격을 옐레나에게 몰아줬다. 1세트 옐레나의 공격 점유율은 37.5%였고, 2세트엔 44.1%까지 올랐다. 높아진 점유율에도 옐레나의 공격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옐레나는 1,2세트 모두 50%가 넘는 공격 성공률로 1,2세트에만 각각 10점씩, 총 20점을 올려주며 팀 공격을 이끌어줬다.

 

주장 김미연 역시 도로공사 서버들의 목적타 세례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이날 모두 45개의 서브를 받아내 세터 머리 위로 정확히 연결한 건 13번에 불과했고, 3개는 그대로 에이스를 허용했다. 리시브 효율이 22.22%에 불과했다. 으레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도 흔들리는 선수들이 많지만, 이날 김미연은 공격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36.11%의 성공률로 14득점을 올려줬다.

 

옐레나와 김미연이 1,2세트를 버텨주는 사이 김연경은 3세트부터 자신의 공격리듬을 되찾았다. 3세트 8점을 몰아친 김연경은 승부가 갈린 4세트에는 11득점을 몰아쳤다. 4세트 공격 성공률은 무려 73.33%에 달했다. 3,4세트에 1,2세트의 부진을 모두 만회한 김연경의 이날 최종 성적표는 26득점, 공격성공률은 45.1%. 시즌 평균과 거의 흡사한 기록이었다. 위대한 선수는 경기 내내 부진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 셈이다.

 

반면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 땐 자신의 커리어 첫 ‘봄 배구’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경기 운영을 펼쳤던 세터 이윤정이 크게 흔들렸다. 물론 팀 전체의 컨디션이 난조를 보이면서 공격수들도 제대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이윤정의 토스도 공격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좋지 않게 올려준 공을 공격수가 잘 처리해주면 세터의 토스 리듬이 올라가고, 컨디션이 좋지 못한 선수에게 세터가 공을 잘 올려주면 공격 리듬이 올라갈 수 있는데, 도로공사는 둘 중 하나도 되지 않고 둘 다 악화되는 악순환만 거듭한 셈이다.

 

경기 뒤 김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흥국생명도 전반적으로 제가 볼 땐 컨디션이나 경기 리듬이 정상적이지 못했는데, 우리가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못 해서 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범실도 많았고, 공격수와 세터 간의 호흡도 좋지 않았다. (이)윤정이가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의 무게감이 차이가 있는데, 이를 이겨내기 벅차지 않았나 싶다”고 총평을 밝혔다.

 

도로공사로선 벼랑 끝에서 2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역대 16번 열린 여자부 챔프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것은 9번으로 그 확률은 56.25%다. 그러나 2010~2011시즌부터 10차례 열린 최근 챔프전에서는 1차전 승리팀이 우승 트로피를 9번 들어올렸다. 흥국생명이 90% 확률을 가져간 셈이기 때문이다. 2차전까지 내준다면 셧아웃으로 우승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까지 몰렸다.

 

김 감독도 “배수의 진을 친다는 마음으로 2차전을 준비하려 한다. 우선 (이)윤정이 멘탈을 최대한 케어해야죠. 선수들 몸상태만 정상적으로 돌아와준다면 오늘보다는 2차전에 더 나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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