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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 눈치보는 F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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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3 22:48:04 수정 : 2022-11-23 22: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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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지지 완장 경고하더니 자체 차별금지 완장 내놔

‘공은 둥글다.’ 스포츠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둥근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얘기다. 주로 전력이 아주 강한 상대와 맞붙는 약체팀이 기적을 바라며 이런 ‘주문’을 외운다. ‘각본 없는 드라마’란 얘기도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구도로 전개되기에 드라마보다도 스포츠가 훨씬 흥미진진하다.

실제 스포츠에선 팀 전력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관중의 열정적인 응원, 경기장 날씨, 선수 컨디션 등 다양한 변수 탓이다. 더구나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꿈의 무대’ 월드컵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선수들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이런 스포츠 격언이 여지없이 적중했다. 지난 22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의 약체 사우디아라비아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버티는 FIFA 랭킹 3위 아르헨티나를 2-1로 꺾는 파란을 연출해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마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쌓은 한국 대표팀을 보는 듯하다. 이런 결과에는 이번 월드컵에 처음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도 한몫했다. 아르헨티나의 세 차례 골이 모두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는데 메시의 어깨 한쪽이 상대 최종 수비수보다 살짝 앞선 것까지 SAOT가 족집게처럼 잡아내는 모습에 팬들은 혀를 내둘렀다. 덕분에 편파판정 시비가 대폭 줄게 됐으니 크게 환영할 일이다.

이처럼 카타르 월드컵은 초반부터 다양한 얘깃거리를 낳고 있다. 각종 차별에 반대하는 ‘원 러브(One Love) 완장’과 ‘무릎 꿇기’ 퍼포먼스도 큰 화제다. 지난 21일 잉글랜드와 이란 경기에서 주장 해리 케인(토트넘) 등 잉글랜드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2020년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으로 확산된 무릎꿇기는 스포츠 경기에서 자주 등장한다.

케인은 무릎꿇기와 함께 성 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무지개색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개최국 카타르에서 이주노동자·성 소수자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유럽 7개국 주장들은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담아 원 러브 완장을 차기로 했다. 하지만 이 완장은 볼 수 없었다. FIFA가 원 러브 완장을 차면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FIFA는 돌연 ‘차별 반대’(#NoDiscrimination)가 적힌 자체 완장을 내놓고 착용을 허용했다. 무지개색이 아닌 검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적힌 완장이다.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FIFA의 조치에 동성애를 형사 처벌하는 개최국 카타르의 눈치를 너무 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란 선수들은 경기 때 국가를 제창하지 않고 전원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이란 여대생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의문사한 뒤 일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동참한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사 표명이다. 그러나 FIFA는 아무런 제지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런 행위로 순수한 스포츠 정신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빅 이벤트에서 다양한 의견 표현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구촌 최대 축제인 월드컵을 좌지우지하는 FIFA라도 이런 시대의 거센 흐름을 막을 순 없다.


최현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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