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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센터 방문객에게 센터에서 하는 일을 설명해줬다. 가족상담, 부모교육, 사례관리, 공동육아나눔터, 아이돌봄지원사업 등등 설명할 게 많았다. 그 많은 설명 중 돌아온 질문은 “다문화가족도 상담을 많이 받나요?”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문화가족은 상담을 잘 받지 않는다.

요즘 부부들은 상담을 잘 이용한다. 지난해 우리 센터에서는 3025명이 상담을 받았는데 그중 30, 40대가 1713명 57%이다. 대부분 야간에 부부상담을 받았다. 둘이서는 대립과 충돌이 반복되는 일들을 상담사에게 가져오는 용기 있는 부부들이 늘었다. 상담사가 던지는 질문에 진지하게 머물러보고 다소 불편한 제안도 실행해보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물론 그런 시기 다 놓쳐서 상담실에서도 서로를 탓하고 제대로 판정을 내려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다문화가족은 상담을 잘 받지 않는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추정하건대 첫째, 나의 문제를 충분히 말로 설명하기엔 한국어가 되지 않는다. 둘째, 나는 다문화가족인데 상담사가 얼마나 이해할까? 미덥지 않다. 셋째, 어차피 부부간에도 긴밀하고 시시콜콜하게 논쟁하지 않는데 굳이 상담사까지 찾아갈 이유가 없다.

종종 뜻밖의 사실을 만날 때가 있다. 2020년 연말에 센터에서 이용자 대상으로 욕구조사를 했다. 489명이 참가했는데 부부간 소통을 묻는 문항에 소통이 잘 된다는 응답은 다문화가족 그룹과 비다문화가족 그룹이 비슷했으나 소통이 안 된다는 응답은 비다문화가족이 좀 더 높았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1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배우자 관계 만족도 평균이 4.39로 2018년 조사보다 높아졌다.

‘아’ 다르고 ‘어’ 다른 표현의 차이에서 오는 민감한 상처, 생활양식의 다름에서 오는 스트레스,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를 자꾸만 낮춰야 하는 불만이 어느 부부인들 없겠는가. 여기에 다문화가족은 경제적 어려움, 언어 차이, 문화 차이 때론 세대 차이까지 추가되는데 배우자와의 관계에 이렇게나 후하게 만족한다니 일단 반가웠다. 국제결혼을 결심할 때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 가능한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상담을 잘 받지 않는다. 그래, 그럼 괜찮다고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상담을 받으러 올 때가 있다. 남편의 음주와 폭력이 잦아졌다고 알려올 때, 아내가 집을 나갔는데 행방을 찾을 길이 없냐고 물어올 때이다. 사건의 경위를 따라 역주행하다 보면 늦은 감이 밀려온다. 아내에겐 안전을 확보할 방법을 알려주는 게 최선이고, 남편에겐 하소연을 들어주는 게 최선이다. ‘4.39’의 평균에 가려진 일화들이다.

누적된 사건들을 돌이켜가면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권하고 싶다. 사소한 일부터 상담을 받으시라고 말이다. 한국어 천천히 할 수 있는 만큼 얘기하면 된다. 통역을 도와줄 사람도 있으니 너무 긴장하지 마시라. 상담사가 다문화가족에 대해 뭘 아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다문화가족이라고 다르지 않다. 부부가 가정을 꾸리고 의지하고 협력하며 사는 일은 다문화라고 다르지 않다. 부부간에 시시콜콜 다 말하지 않고 살아도 별일 없다고 장담하지 마시라. 그건 나이듦의 징조이지 이제 결혼해서 아이 기르며 사는 부부들의 몫은 아니다. 그러니 불만이 쌓이고 언쟁이 반복될 때 상담실에 오셔라. 사는 건 다 똑같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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