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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모호하고 처벌 과도”… 위헌 심판대 오르는 ‘중대재해법’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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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2 06:00:00 수정 : 2022-11-22 06: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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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산업, 지난 10월 위헌법률심판 제청

두성산업 근로자 “유해물로 독성간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기소
변론 맡은 화우 “안전 규정 불명확
형사책임 과잉금지 원칙 위배” 주장

1∼9월 사망사고 483건… 기소는 4건
실효성 의문… 검찰서도 ‘위헌’ 목소리
“재해의미 너무 광범위… 본질 의미 퇴색
보완작업 함께 산업안전법 재정비해야”

지난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법 시행 초기부터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법 시행 9개월 만에 국내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1호 기소’된 두성산업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논란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심판대를 넘을 수 있을지 각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첫 위헌법률심판 제청 과정은… “헌재 판단 불가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첫 기소된 두성산업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달 13일 창원지방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처음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다.

 

지난 2월 두성산업 근로자 10명이 유해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돼 독성간염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두성산업과 대표가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최소한의 보건조치 등을 마련해놓지 않아 근로자들이 독성간염에 이르게 됐다며 지난 6월 이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두성산업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은 4조 1항 1호, 6조 2항이다.

 

중대재해처벌법 4조 1항 1호는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법인, 기관이 근로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6조 2항은 같은 법 4조 등을 위반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두성산업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결정이 날 때까지 관련 재판은 중단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할 경우엔 당사자 측이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두성산업 측은 신청 기각 시 헌법소원에 나설 계획이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결국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위헌성 가를 쟁점은 ‘명확성·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두성산업 측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낸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조항이 헌법상의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먼저 4조 1항에서 규정하는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등과 관련해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6조와 관련해서도 경영책임자 등이 부담하는 형사책임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형사책임은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 등에 비춰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이를 벗어나 경영책임자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봤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회원들이 지난 3월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와 산재사망에 대한 대책수립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특히 다른 법률과 비교해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아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사망은 1년 이상(최대 30년)의 징역, 상해는 7년 이하의 징역 등 법정형을 지나치게 높게 규정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5년 이하의 금고)이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사망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등에 비춰 형벌 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우 소속인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법 조항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돼 있어 어떤 사안을 위반했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데 과한 처벌을 받게 돼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이 확인돼 관련 규정이 보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명확한 내용으로 보완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제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법 시행 후 기소 건수 ‘4’… 검찰서도 “위헌” 목소리

 

고용노동부의 ‘2022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인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발생한 사망사고는 483건으로 모두 510명이 산재로 숨졌다. 이 중 고용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확인해 입건한 사건은 58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23건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4건을 기소했다. 법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배경이다.

 

검찰에서조차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노정환 울산지검장은 지난 9월 울산지검에서 열린 중대재해·산업안전 세미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관리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할 시행령에서조차 이 법령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위임하는 법규명령의 범위와 규정될 내용 등에 제한을 두지 않아 위헌성 시비를 피할 수 없다”며 “경영책임자는 자신에게 부과된 작위의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해 어떤 행위를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지만, 유례없이 엄격한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서울고검 송지용 검사도 최근 대검찰청이 발행하는 ‘형사법의 신동향’에 발표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 검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중대재해의 의미를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유사하게 규정해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한 나머지 ‘중대재해’라는 본질적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고, 기존 법체계와 맞지 않는 형벌체계가 도입되는 결과가 되었다고 판단된다”며 “기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산업안전보건법상 치사죄에 비해 매우 혹독하게 가중된 형사처벌 규정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신설됨에 따라 법체계의 혼란 및 위헌 논란을 불러오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 논란은 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예견됐다”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헌성을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이보다는 근본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산업현장의 안전 관련 법률 전반을 총체적으로 보고 법체계 전반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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