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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교도소 인권침해 여전… ‘위태로운 감방생활’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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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0-06 06:00:00 수정 : 2022-10-06 08: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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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행정 개혁 ‘제자리’

재소자 착용 안경테 색상 제한
교도소 샤워실 CCTV 설치 등
인권위 5년간 118건 시정권고

비좁은 공간서 교정사고 ‘속출’
자살·폭행 등 10년새 1.5배 늘어
교정공무원 업무스트레스 호소

가석방 확대 통해 과밀화 해소
“심사체계 미비… 시기상조” 지적

지난여름, 전국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은 비로소 색상이 화려한 안경을 착용할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지 알록달록한 안경 착용을 금지한 관행이 최근에야 바뀐 탓이다.

1945년 10월28일 교정행정을 일제로부터 회복한 지 올해 77주년이지만 수용자 인권침해 문제는 여전하다. 과도한 기본권 침해 사례부터 고질적인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 교정행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정공무원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이제야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근본적인 ‘교정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는 2022년 교정행정 실태를 짚어봤다.

 

◆‘빨간 안경’ 못 쓰고, ‘린스’는 여자만 쓰고

법무부는 지난 7월 전국 교도소에 “외부에서 반입하는 안경에 대한 색상 제한을 없애라”는 공문을 내렸다. 그동안 교도소 재소자들은 ‘빨강·노랑·파랑 안경’을 쓸 수 없었다. 법무부가 예규를 통해 “안경테의 색상은 금색·은색·갈색·검은색 등 단일 색상으로 한다”며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이 방침에 따라 수감되기 전 쓰던 ‘빨간 안경’ 반입을 거절당한 수용자 A씨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지난 6월 해당 예규가 “수용자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법무부는 항소했으나, 대전지방교정청의 요청에 따라 지난 8월 항소를 취하했다. 법무부는 본지에 “판결 취지에 따라 해당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도소 안에서 ‘린스’ 사용이 금지된 적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수용자 자비구매 물품에서 린스를 ‘여성용 품목’으로 지정했다. 남성 수용자 B씨는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샴푸와 린스는 남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제작돼 있다”며 “남성 수용자에게 이를 판매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B씨가 소송을 내자 법무부는 그제야 린스를 남녀 공동 사용 물품으로 변경했다.

이 사례들은 ‘사소한’ 것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 교정본부에 개선을 권고한 인권침해 사례로는 △교도소 샤워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 및 운영 △구금시설 내 일회용 주삿바늘 재사용 △소년원생 대상 미흡한 의료조치로 인한 대장암 판정 △과밀수용 문제 등이 있다.

법무부가 인권위로부터 받은 인권침해 관련 시정 권고는 매년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및 수용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2년) 인권위가 내린 권고 건수는 118건에 이른다. 2017년 10건에 그쳤던 권고는 올해 8월 기준 27건에 달한다. 5년 새 3배가량 늘었다.

2020년 12월29일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당시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1200여명에 육박했다. 연합뉴스

◆‘교정시설 과밀화’도 여전한 난제

교정시설 과밀화는 ‘교정 개혁’의 우선순위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생한 구치소·교도소 내 집단감염 사태의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법무부는 지난해 1월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동부구치소는 집단감염이 최초로 발생했던 (2020년) 12월19일 당시 116.7% 정도의 과밀수용 상태였다”며 “초과밀 상태에서 밀접접촉자들에 대한 혼거수용(여러 사람이 한 방에 섞여 지내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교도소 과밀수용은 인권침해”라며 수용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교도소나 구치소 수용자에게 1인당 최소 2㎡의 수용면적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침대 매트리스보다 비좁은 수용면적은 ‘교정사고’의 원인이 된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2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발생한 자살·자살미수·폭행 등 교정사고 건수는 2012년 853건에서 지난해 1278건으로 1.5배 늘었다. 수용자 간 폭행은 같은 기간 1.6배, 수용자에 의한 직원 폭행은 2.6배 증가했다.

이는 교정공무원의 직무 과중으로도 이어진다. 한 교정공무원은 “폭행을 저지르는 이들은 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수용자들이 많다”며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통제하는 게 쉽지 않고, 그 과정에서 폭행당하는 일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를 증명하듯 교정공무원들의 직무 스트레스를 보여주는 ‘정신건강 프로그램 이용률’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외부 전문상담을 받은 교정공무원은 2017년 217명에서 지난해 720명으로 4년 새 231% 넘게 폭증했다.

법무부는 교정공무원의 정신건강 프로그램 관련 내년 예산을 8억4700만원에서 15억38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액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교정직 처우 개선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다. 그러나 늘어난 예산마저 현재 57개소 교정공무원의 18.5%만이 지원받을 수 있는 규모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가석방 확대’는 신중해야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는 녹록지 않은 문제다. 수용률을 줄이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교정시설을 늘리는 것과, 교정시설 내 수용자 수를 줄이는 것. 현재 정부는 후자에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가석방을 크게 확대했고, 윤석열정부도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 제도를 추진하는 등 ‘수용자 수 감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가석방 확대 방안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가석방 심사가 체계적으로 개개인의 재범 위험성을 잘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 가석방 심사위원회는 그 정도의 엄밀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 상황에서 가석방을 확대하는 건 사회의 위험성을 높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불구속 수사’를 확대하는 것도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 사건에서 보듯 자칫 강력범죄를 막지 못했단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같은 연구원의 승재현 연구위원은 “가장 부작용이 없는 방법은 교정시설을 늘리는 것”이라며 “‘응보적 관점’에서는 교정시설 과밀화를 이유로 대체 형벌이 주가 되는 게 우려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대표 기피시설인 교정시설에 대해 지역 사회의 반발이 커 추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승 연구위원은 “정부가 교정 개혁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지역 사회 설득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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