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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고등학교 도전기를 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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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8 23:22:26 수정 : 2022-09-28 23: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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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틈학교는 외국에 살다가 최근에 한국에 입국한 청소년들이 다니는 중학교다. 인근 중학교에 학적을 두고 움틈학교에서 한국어 중심으로 중학교 과정을 공부한 후 복귀한다. 현재 열 한 명의 1, 2, 3학년 학생들이 한 학급에서 공부하고 있다.

교육부는 다문화학생 유형을 국제결혼 가정의 국내 출생 자녀, 국제결혼 가정의 중도 입국 자녀, 외국인 가정의 자녀로 분류한다. 움틈학교는 대부분 외국인 가정의 자녀들이 다닌다. 신기한 것은 아이들의 이름이다. 호중이, 지현이, 준기, 민준이…. 출석부만 보면 외국인 가정의 자녀들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한국에 오느라 개명한 줄 알았으나 중국에서도 그 이름 그대로 쓰였고 발음만 중국식이었다고 한다. 동포라는 의식을 이름에 담고 살았나 보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지난달에 국어 수업에 참관하게 되었다. ‘∼처럼’을 익히고 있었다. “호중이는 농구선수처럼 키가 커요.” “지현이는 가수처럼 노래를 잘해요.” 만나면 인사도 잘하고 묻는 말도 곧잘 대답도 하는데 이렇게 단순한 문장을 익히고 있었다. 언어의 완성도를 채우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수업 분위기와 달리 마음이 무거웠다. 이 상태로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학생들이 다섯 명이나 된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이 갈 수 있는 학교는 현재 두 곳이다. 서울에 있는 다솜관광고등학교와 제천에 있는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다. 게다가 한국폴리텍 다솜고등학교는 한국 국적의 다문화가정 자녀만 갈 수 있다. 두 학교 모두 한국어를 보충하고 취업 기술을 배운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분야가 공업과 관광에 그친다. 한국 청소년들과도 분리된다. 이제 말문이 트이고 한국 친구도 사귈 수 있는데 말이다.

우리는 진학 상담을 받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특성화 고등학교를 권장하고 있으나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으로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치러야 하는 각종 기능사 필기시험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 고등학교 입학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나 학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대략난감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한국어가 된다면 기능사 시험에 도전할 것이고 좀 더 능숙했다면 대학입시도 도전해볼 것이다. 지금은 벌써 중학생, 언어를 익혀가며 진학과 학업을 준비하려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돌아갈 수도 없다. 남의 옷이라도 입고 몸을 맞춰가야 하는 상황이다. 움틈학교 학생 두 명은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를 가겠다고 했고 두 명은 다솜관광고등학교를 가겠다고 했다. 한 명은 적성에 안 맞는다며 일반고를 가겠다고 했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다문화 중학생 수는 2017년 1만5945명에서 2021년에는 3만3950명으로 증가했다. 이 아이들 중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외국인 가정의 자녀들이 누구보다 홍역을 치를 것이다. 아이들에게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거대한 벵골 호랑이가 작은 보트를 다 차지하고 있더라도, 그 보트로 태평양을 표류하게 되더라도, 시작부터 겁내지 말라고 말이다. 한국어라는 호랑이 정신 차린 만큼 하게 될 것이고 고등학교라는 바다 건너갈 수 있을 테니까. 일단 도전해보자.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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