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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뛰는 곳일수록 공공성 강화… 최소 주거권 보장해야” [심층기획 - 부동산 공화국의 소셜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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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1 06:00:00 수정 : 2022-06-21 08: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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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영 불문 대세 된 공공임대

부동산·도시전문가에 들어보니…

최민아 “입지·인프라 등 좋아지면
임대주택 기본인식 달라질 수밖에
강남 8학군에 공급땐 교육기회 늘어”

최은영 “美 소셜믹스 확대 여파로
분양주택 증가→ 임대물량 감소
저소득층 주거 복지질도 신경써야”

공공임대, 저소득층 혜택 부여 아닌
대다수 이용가능한 보편적 모델돼야
부동산에 돈과 관심이 집중될수록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성은 흔들린다. 최소한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공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이는 역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온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빠르게 뛰는 곳일수록 부동산 정책의 공적 성격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사회는 공동체 차원에서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소셜믹스(사회적 혼합) 정책과 공공임대주택 제도에 대해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최민아 박사,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과 각각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소셜믹스·공공임대 효과와 사회적 공감대 등이 분명히 나타남에도 잘 부각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보다 다양한 혼합 방식과 공공임대 보편화의 필요성에도 동의했다.

 

◆기회 균등 촉진·사회적 고립 방지

 

최민아 박사는 사회주택이 잘 발달한 프랑스 파리에서 소셜믹스 성공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왔다. 이를 소개한 책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에서 그는 “사회적 혼합은 프랑스 주택 정책에서 지속 가능성과 함께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이라며 “사회주택이 일반주택보다 주거의 질이 높은 편이고, 디자인적으로도 세련돼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줄 정도”라고 말한다. 이러한 물리적 개선 효과가 상당하다고 최 박사는 강조했다. “빠르게 집을 많이 짓기 위해 외곽지역에 몰아넣던 방식에서 건축적인 질, 입지, 주변 인프라 등이 좋아지면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 박사는 “사회가 고립화할수록 임대주택을 통해 공공이 여러 역할을 맡음으로써 보편적 사회 문제들을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계층이동이 점점 더 막히는 한국 사회에서 소셜믹스는 기회 균등 사회를 위해서도 중요한 정책이다. 최 박사는 “예를 들어 강남 8학군에도 임대주택이 공급된다면 서민들도 좋은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다”며 “이들의 기회 박탈을 막음으로써 사회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난해 조사에서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1만여가구 중 절반 이상이 임대주택을 ‘더 나은 집 마련을 위한 징검다리’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LH 최민아 수석연구원(왼쪽), 한국도시硏 최은영 소장

최은영 소장은 “소셜믹스가 정착한 서울시에 비해 경기도만 해도 임대주택 가구가 차별을 훨씬 더 많이 느끼더라”며 “2000년대 초반부터 약 20년간 쌓인 효과가 분명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소셜믹스의 명분과 가시적 성과가 좋다고 해서 그 안의 섬세하고 복잡한 문제를 보지 않고 쉬운 정답을 취하려는 것은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임대가구 입주민의 반사회적 행동이나 저소득층 아이가 돌봄 공백으로 일으키는 문제 등은 “집이 낡아서가 아니라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와 복지 문제”라는 것이다.

 

소셜믹스가 대세가 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단지가 줄어들 우려도 있다. 최 소장은 “미국은 소셜믹스 확대로 분양주택이 증가하니 임대주택 물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고, 공공임대에도 살지 못하는 계층의 주거복지나 민간임대주택의 질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임대 확대는 ‘사회적 합의’ 결과

 

한국에서는 주택이 개인의 재산권 차원에서만 다뤄지는 경향이 짙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박사는 “서구 사회는 주택이 공공재라는 원칙을 설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간다”며 “프랑스의 경우 ‘거주세’라는 것이 있는데, 집주인이 다주택자일 경우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이 거주세를 내도록 한다”고 말했다. 집을 비워 놓고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행위도 법적으로 금지된다. 주택은 사람이 살기 위한 곳이지 투기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의미로, 임차도 안 하면서 비워 두면 중과세를 물게 된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혜택을 베푼다’는 인식을 넘어 공공임대가 대다수 국민이 이용 가능한 보편적 모델이 돼야 한다고 최 박사는 조언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공적 주택 물량이 8% 수준에 그쳐 소셜믹스 형태와 공급 면적 또한 제한적이다. 공공임대가 양적으로 더 늘어나야만 소득 기준과 면적, 섞는 형태를 질적으로도 다양화할 수 있다. 최 박사는 “이제 저소득층에만 임대주택을 공급할 시점은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서민과 중산층까지 대상을 확대해 소셜믹스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것은 정권의 성향과 별도로 늘 필요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 소장은 “윤석열정부가 매년 10만호씩 공공임대를 늘린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적은 양이 아니다”라고 봤고, 최 박사도 “보금자리, 행복주택, 신혼희망타운 등 이름만 달라졌을 뿐 어느 정권이나 임대주택 공급에 신경 써 왔다”고 밝혔다.

 

‘공공임대 확대가 민간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고, 주택 공급을 줄여 집값 폭등을 부른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최 박사는 “부동산 개발 이해관계자들이 이익 대변 수단으로 미디어를 너무 잘 활용한다”며 “건설 시장은 공공을 짓든 민간을 짓든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경기 활성화의 활력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집값 폭등과 관련해서는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금리와 같은 거시적 정책이 훨씬 더 중요한 변수”라며 “윤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도 이자율이 높아지니 집값이 올라갈 수가 없다”고 최 소장은 분석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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