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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시대정신 읽는 후보가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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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6 01:15:31 수정 : 2022-01-26 01: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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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비호감·진흙탕 대선
2030의 ‘롤러코스터 지지’에
여론조사 제각각… 판세 요동
이제라도 정책·비전 대결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이다.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대선은 처음”이라고 한다. 최근 만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어느 때보다 승부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기존 선거 공식이 잘 들어맞지 않아서다. 소위 말하는 선거 전문가의 예측도 빗나가기 일쑤다.

대선 판세는 큰 두 번의 변곡점을 지났다. 첫 번째는 11월 5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앞서가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앞질렀을 때다. 컨벤션 효과가 사라지고, 당 내분으로 윤 후보 지지율은 폭락했다. 이 후보 당선 가능성이 50%를 넘겼다. 그러나 곧바로 두 번째 변화가 찾아왔다. 1월 6일 내분을 봉합한 윤 후보가 불과 10여일 만에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판세를 다시 뒤집었다. 직선제 이후 역대 7번의 대선 중 선거 100일 전 여론조사 1위 후보가 6차례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슷한 기간 1, 2순위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판세 예측이 어렵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우승 정치부장

이번 대선 특징의 맨 앞자리는 역시 역대 최고의 진흙탕 선거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 후보의 ‘160분 욕설통화’ 녹취록이 맞공개됐다. 유튜브와 인터넷에 녹취록 버전이 범람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역풍이 불었을 취재 방법이고 공개 방법이지만,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이해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나오는 것은 녹취록, 그것도 아주 긴 녹취록밖에 없다”고 했다. 십분 공감한다.

두 번째는 전례 없는 진영대결이다. 역설적이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 40%가 이를 방증한다. 40%면 성공한 대통령이다. 성공한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의 선거 전망은 밝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정권 교체 여론이 재창출보다 높다. 집권여당 후보인 이 후보는 벌써 사죄의 뜻으로 두 차례 큰절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집권여당과 함께했다고 생각하는 지지자들과 이에 반대쪽에 선 사람들 모두 요지부동이다. 과거 같으면 벌써 몇 차례 후보교체론이 불거졌겠지만, 이, 윤 후보 모두 웬만한 악재에도 지지율이 폭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년간 지지자들을 위한 정치만 하다가 선거가 임박해 외연을 확장하려니 쉽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는 말 그대로 폴러코스터(Pollercoaster) 선거다. 롤러코스터와 여론조사를 뜻하는 폴(Poll)의 합성어로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를 빗댄 용어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조지 부시 후보 간 여론조사 차이를 꼬집는 의미로 정치평론가들이 통용시킨 단어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3일 하루에만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던포스트(CBS 의뢰) 조사에선 이 후보(34.0%)가 윤 후보(32.5%)를 오차범위 내 앞섰지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윤 후보(43.8%)가 이 후보(33.8%)를 10%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마지막으로는 2030의 부상이다. 어느 선거보다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통 특정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후보를 선택하면 다시 기존 후보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갈아탈 후보를 찾지 못해 무당층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관성의 법칙’이 없다. 지지와 철회가 빠르다 보니 그때그때 판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승부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 3월 9일 대선 직전까지도 판세를 안심할 수 없다.

시대정신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아주 긴 녹취록이 난무하는 역대급 진흙탕 선거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건설적 담론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어지러운 대선도 시대정신이 담아야 하는 현상 일부다.

1989년 톈안먼사태 이후 중국 개혁·개방이 총체적 위기에 처하자 87세 평당원 덩샤오핑은 홀로 남순강화에 나서 개혁·개방을 독려했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은 시대를 꿰뚫은 경제 프레임으로 현직 대통령을 꺾었다. 진흙탕처럼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에서도 국가와 국민의 저변에 담긴 시대정신을 읽고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진정한 정치 지도자다. 아직도 대선은 40여일이 남았다.


이우승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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