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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이주민 보호시스템 더 촘촘히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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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7 23:01:07 수정 : 2021-11-17 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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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류 외국인 숫자는 2019년 말 25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9%에 달한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이후 엄격한 국경통제로 197만명 정도로 줄었다지만 한국은 사실상 다문화사회다. 인구학적으로 통상 체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사회인 한국의 이주민정책은 아직 미흡하다.

나는 지난 9월 초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백신접종 증명서를 출력하기 위해 관련 기관의 예방접종도우미 홈피에 들어가 예방접종 증명서를 신청했다. 그런데 화면에 ‘보유한 인적정보가 없어 증명서를 신청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발급을 받을 수 없었다.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이번엔 모 고용복지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적이 있었다. 한글 이름으로 신청했는데 ‘영문 이름과 동일인이라는 증명을 떼오라’는 것이었다. 영주증에 분명 영문 이름과 한글 이름이 병기돼 있는데 무슨 증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일까.

또 한번은 은행에서의 일이다. 업무를 보는데 직원이 청약저축을 들라고 권했다. 설명인 즉 1순위가 되면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귀가 솔깃했다. 별 고민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청약통장을 만들고 매달 10만원씩 꼬박꼬박 부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니 1순위가 됐다. 기대에 찬 나는 은행에 찾아가 “드디어 1순위가 됐으니 임대주택을 신청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직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외국인은 세대주가 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고객님은 임대주택에 들 수 있는 자격이 안 됩니다”라는 것이었다. 이건 또 뭔가. 어이가 없었다. 한껏 희망에 부풀어 있던 나는 무척 화가 났다. “청약저축에 가입하라고 할 때는 언제이고, 그럼 그때는 내가 외국인인 줄 몰랐나요?”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너무 억울하고 허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호소조차 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엔 동사무소에 혼인관계증명서를 떼러 갔다. 직원이 “이혼한 전 남편 주민번호가 어떻게 되는가요?” 라는 것이었다.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럼 서류를 뗄 수 없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언뜻 외국인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외국인 고용허가제도는 너무 불편하다. 체류 취업기간이 짧으면 3년(최장 4년 10개월)이다. 이후엔 본국에 들어갔다 와야 한다. 더욱이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다녀 오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불법체류자가 된다. 어떻게 해서 들어갔다 해도 다시 나오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보듯 이주민을 위해 편리한 생활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먼 산 불 보듯 대책이 미비하다.

다문화사회는 한류 열풍과 경제선진국 진입으로 거스를 수 없다. 이주민들은 이미 같은 삶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이웃이다. 이제 더 이상 이주민을 이방인 취급하지 말고 소중한 자산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한국도 더 발전하고, 당당하게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이주민들이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보호시스템을 더 촘촘히 구축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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