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심석희 문자’ 넘긴 조재범… ‘법정 밖 복수’ 문제 없나 [법잇슈]

입력 : 2021-10-16 20:30:00 수정 : 2021-10-17 14:11: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조재범, 심석희 문자 메시지 담긴 진정서 제출
피해자 자료 유출 시 명예훼손죄 적용될 수도
심석희 논란과 조재범 범죄 혐의는 별개로 봐야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 뉴시스

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인 조재범(40)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재판 과정에서 확보한 심석희(24·서울시청)의 문자 메시지 자료를 외부에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방어권 차원에서 얻은 피해자 자료를 유출한 것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과 8월 각각 조 전 코치로부터 심석희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팀 A코치의 문자 메시지가 첨부된 진정서를 받았다. 이 문자 메시지에는 심석희가 대표팀 동료 최민정과 김아랑 등을 비하하고 평창올림픽 1000m 경기에서 최민정에게 고의로 충돌한 의혹 등이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코치는 해당 선수와 관련자에 대한 조사 및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재판 중 얻은 자료 유출시, 명예훼손 적용 가능

 

조 전 코치는 재판 중 심석희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서 문자 메시지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피고인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방어권 차원에서 법원에 제출된 피해자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면서도 “보통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자료를 분석해 의견서를 내고, 의뢰인한테 자료를 넘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방어권 차원에서 얻은 자료를 제3자에게 알리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하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의 공적 자료를 유출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며 “그 자료가 거짓이라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며, 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 민감 자료 보복용 유포? “흔치 않은 사례”

 

조 전 코치가 심석희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것처럼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이 피해자 측의 민감한 자료를 ‘보복용’으로 유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예외적인 사례로 봤다.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할 때는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에 적시된 범위 내에서만 한다. 반면, 피해자는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해 포렌식을 받는다. 피해자 동의 절차를 거쳐야 수사기관이 포렌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피해자는 수사기관이 아닌 포렌식 업체에 자비로 포렌식을 의뢰해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정보만 제출해도 된다.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 직접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해서 필요한 부분만 제출할 수 있다”며 “이후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디지털 증거의 진정성을 다투면 그때 그에 대한 입증 차원에서만 휴대전화를 내도 된다”고 설명했다.

 

심석희 측이 사건과 상관없는 본인의 민감한 자료를 자발적으로 다 넘겼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당시 수사기관에 포렌식을 맡겼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폰을 임의제출할 당시에는 다투고 있던 성폭행 등의 혐의와 관련해서 거리낄 게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자 메시지 내용이 전해진 후 심석희의 고의충돌 의혹과 인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 논란이 조 전 코치의 범죄 혐의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조 전 코치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0년6월을,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이 변호사는 “(고의충돌 논란은) 조 전 코치의 성폭행 등 범죄 혐의와 별개로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