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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남편의 청혼… 눈물바다 된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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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22 14:00:00 수정 : 2021-06-22 14: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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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결혼하자” 남편 제안에
부인은 억장이 무너졌지만 수락
‘기억을 완전히 잃기 전까지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년 전에 결혼한 50대 중년 부부가 최근 다시 결혼식을 올린 사연이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린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거의 잃은 남편이 아내와 이미 부부 사이라는 점을 까맣게 잊은 채 다시 청혼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동안 부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이 ‘특별한’ 청혼을 받아들였다.

 

21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코네티컷주(州)에 사는 피터 마샬(56)과 그의 아내 리사 마샬(54)은 최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각자 다른 사람과 재혼한 것이 아니고 이미 부부지간인 두 사람이 같은 파트너와 말 그대로 ‘두 번째’ 결혼을 한 것이다.

 

기사에 소개된 부부의 사연은 이렇다. 피터와 리사는 원래 같은 동네에 살던 이웃사촌이었다. 둘은 저마다 이혼 경험이 있었다. 마을에서 종종 마주치며 서로의 사연을 접한 그들은 가슴 아픈 얘기를 주고받고 또 고민을 상담해주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혼 후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외로웠던 피터와 리사는 교제를 통해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변해 거의 10년 가까이 사랑을 싹틔우다가 마침내 2009년 결혼에 성공했다.

 

피터와 리사 모두 이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낳은 자녀들이 있었다. 이미 장성한 그들은 새로운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하나의 가족이 되어 9년가량 행복을 누렸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들었다. 2018년 아직 53세밖에 안 된 피터에게 조기 발생 알츠하이머 증세가 발병한 것이다. 피터는 급격히 기억력을 잃어갔고 리사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채 남편을 보살펴야 했다.

 

어느날 피터는 텔레비전(TV)을 시청하는 도중 우연히 결혼식 장면을 봤다. ‘결혼’이 무엇인지는 어렴풋하게 알았지만 자신이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은 잊고 있던 피터는 리사한테 “우리도 결혼하자”고 제안했다.

 

리사는 억장이 무너졌다. 이튿날 피터는 또 “결혼하자”고 했다. 둘이 원래 부부라는 점을 모르는 것은 물론 바로 전날 청혼한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리사는 남편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사는 망각으로 고통받는 피터와 그들의 지난 20년 사랑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결혼식이 필요하다고 마음을 굳혔다. 언론 인터뷰에서 리사는 “남편의 기억력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었다”며 “남편이 다시 청혼을 하자, 지금이야말로 결혼 서약을 다시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녀들은 이미 결혼한 부모가 또 결혼한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표기했다. 마침 리사의 딸은 현직 웨딩플래너였고 그녀가 예식장 섭외부터 손님 초청, 파티까지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로부터 6주일이 지난 4월 중순 피터와 리사, 그리고 이들 부부의 자녀와 친지, 지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이 열렸다. 결혼식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를 신랑한테 인도하는 관행을 이번에는 조금 바꾸어 리사의 딸이 어머니 손을 의붓아버지한테 넘겼다. 피터는 싱글벙글 웃었으나 그를 제외한 모두는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리사는 눈물바다가 된 결혼식을 회상하며 “마치 동화처럼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비록 그때는 모두가 울었지만 리사는 “그렇게 행복해 하는 피터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피터는 이제 리사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결혼한 ‘영원한 그녀’를 말이다. 그래도 리사는 괜찮다. “일상 생활의 어려움은 여전하죠. 하지만 ‘곁에 있어줘 고맙다’는 피터의 인사만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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