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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고쳐달랬더니… 랜섬웨어 설치하고 수억원 챙긴 수리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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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6 13:18:46 수정 : 2021-06-16 14: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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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9명 검거… "랜섬웨어 직접 제작해 범행에 사용한 첫 사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어울림홀에서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들이 랜섬웨어 제작·유포 일당 검거 브리핑 중 피의자가 유포한 랜섬웨어 암호화 및 복호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객의 PC에 자체 제작한 랜섬웨어를 몰래 심는 수법으로 3억여원을 챙긴 PC 수리기사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전국 규모의 모 컴퓨터 수리업체 소속 A(43)씨와 B(44)씨 등 기사 9명을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중 혐의가 무거운 A씨와 B씨는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데이터 복구나 수리를 위해 찾아온 고객의 PC에 원격 침입 악성코드를 심은 뒤, 고객이 PC를 찾아가면 원격으로 랜섬웨어를 심는 방식으로 범행을 벌였다. 통상 PC 관련 문제가 재발하면 같은 수리업체에 다시 의뢰할 것이란 점을 노린 이들은 고객이 실제 랜섬웨어 문제로 다시 수리를 의뢰하면 ‘해커에게 몸값을 지불해야한다’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올해 초까지 1년여에 걸쳐 4개 업체에서 3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 등은 다른 해커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뒤 복구를 의뢰한 업체 21곳에는 해커에게 지불해야 하는 몸값을 부풀려 받는 식으로 3억여원을 챙겼다. 이 밖에도 랜섬웨어로 수리 입고된 컴퓨터에 자신들의 랜섬웨어를 다시 심은 뒤 추가 복구비를 요구하거나, 출장 수리 중 피해 업체 몰래 서버 케이블을 뽑아놓고 ‘랜섬웨어에 감염됐다’며 비용을 청구한 사례도 조사됐다.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2019년 말부터 지난 3월까지 업체 40여곳으로부터 3억6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수리업체 소속 일부 기사들을 입건했으나, 업체 차원에서 범행을 지시하거나 계획한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수리업체 법인에 대해서는 양벌규정(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함)을 적용해 함께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리기사들이 랜섬웨어를 직접 제작해 범행에 사용한 것은 국내 첫 사례로 파악된다”며 “랜섬웨어에 감염될 경우 먼저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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