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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준비하는 기업만이 생존”
퍼스트 무버로 수소산업 주도
현대차 ‘K자동차 선두’로 우뚝
4차 혁명시대 鄭 리더십 주목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1 오토카 어워즈’에서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받았다.

오토카 어워즈는 1895년 창간돼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자동차 전문지 영국 ‘오토카’가 주관하는 상으로 이시고니스 트로피는 오토카 어워즈 중에서도 최고 영예의 상으로 꼽힌다. 세계 자동차 업계를 이끈 굵직한 인물들이 받았던 상을 정 회장이 받은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그의 ‘혁신 리더십’이 성과를 낸 결과다.

김기환 산업부장

“지난 10년 현대차그룹은 세계 굴지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정 회장이 이러한 변혁의 원동력이었다. 10년 전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흥미로운 브랜드가 아니었지만 정 회장의 리더십으로 주요 선두 업체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오토카 측이 밝힌 수상 이유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그룹 회장직에 오른 뒤 현대차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전통적인 제조업을 대표했던 자동차 산업은 이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IT 융합 서비스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최대 경쟁자는 도요타나 폴크스바겐이 아닌 전기차 신생업체 테슬라가 됐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정 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도 그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산업 진출을 비롯해 전기·수소자동차, 자율 주행차 등의 분야에서 일찌감치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수소차는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20년 전부터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사업을 확대해온 덕분이다. 2018년 넥쏘를 선보이며 수소전기차 시대를 연 현대차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에 성공했다. 2019년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을 맡은 정 회장은 그해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선 멋진 말과 연구가 아닌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수소경제야말로 미래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에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화두가 되면서 수소 경제는 핵심 수단이 됐다.

정 회장은 대표적인 재벌 3세 경영인이다. 이미 모든 주요 기업이 3, 4세 경영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 회장은 유독 구설에 오른 적이 없는 ‘모범생’으로 통한다. 할아버지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밥상머리’ 교육과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철저한 가정 교육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을 포함해 다른 재벌 2, 3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재계의 원로는 “정 회장은 가업에 대한 책임 의식이나 소신, 자기 자리에 대한 겸손 등에서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그런 그의 품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태도가 다른 대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맺는 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수소동맹’을 맺기로 의기투합했다. 최근에는 최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는데 이들과 친분 관계가 두텁다고 한다. 오는 9월에는 현대차그룹이 SK그룹, 포스코그룹, 효성그룹과 함께 ‘K수소동맹’을 구축한다.

하지만 세상이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대로 그려지지는 않는 법. ‘K자동차’와 한국경제를 이끄는 그의 어깨는 늘 무겁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미·중 갈등과 가속화하는 4차 산업혁명은 정 회장 리더십을 시험대에 세울 것이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내연기관 차량 퇴출을 선언했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줬듯이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를 키우고 미국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미 정부의 압력은 계속 커질 것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와 생활 방식이 확산되면서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강조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 경영’을 현대차 역사에 남겼다. 정의선의 ‘혁신 경영’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김기환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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