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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요트 앞에 보호종 돌고래가… 보호 대책 필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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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5 15:17:09 수정 : 2021-06-18 21: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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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지나친 돌고래 관광 선박
코로나에 제주 관광객들 관광 선박 몰려
반경 50m 내 접근금지 가이드 마련에도
지키지 않는 경우 발생… 제재 없어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축소
해양환경단체 "적극적인 보호 대책 필요"
지난 14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와 관광선박이 충돌할뻔한 아찔한 상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14일 오전 11시30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관광객 10여명을 태운 요트 한 대가 방향을 틀더니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요트는 남방큰돌고래에게 바짝 다가섰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운항했다.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의 주서식지에서 돌고래와 관광 요트 사이의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제주 관광객 늘수록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는 축소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런 현장을 담은 영상을 이날 공개하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며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하루종일 제주 남방큰돌고래 주변을 관광 선박들이 쫓아다니고 있다”며 “도가 지나친 돌고래 관광 선박 운항을 제재하지 않으면 제주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은 제대로 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전 세계적인 개체수 감소로 201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의 준위협종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종이다. 가까운 미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으니 관심이 필요한 생물이라는 뜻이다. 해양수산부도 2012년부터 남방큰돌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중이다. 

 

국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에 130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주도 전역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제주도에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며 서식지가 대정읍 앞바다로 축소된 상태다.

 

지난 14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와 관광선박이 충돌할뻔한 아찔한 상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선박 충돌로 지느러미 다치고 스트레스 받는 돌고래들

 

현재 제주에서 영업 중인 관광 선박업체는 총 세 개. 이들은 총 6대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보다 2배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실내 관광이 어려워지자 관광객들이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선박관광에 몰린 결과로 보인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최근 관광선박 업체가 늘어나면서 돌고래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가 커졌다”며 “오전에 선박관광이 4∼5차례 이뤄진 날 오후에 돌고래들이 아예 모습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왼쪽 위 돌고래 등지느러미에 반원 모양으로 크게 파인 상처가 있다. 선박과의 충돌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돌고래의 등지느러미에 큰 상처가 있다. 선박과 충돌했을 때 생기는 전형적인 상처로 보인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해수부가 돌고래로부터 반경 50m 이내에는 관광선박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남방큰돌고래 관찰 가이드’를 마련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반해도 제재하는 규정은 없다. 조 대표는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하루 동안 10여 차례의 선박관광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침을 어기고 돌고래에 가까이 붙어서 운항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한다”며 “실제로 일반 어선 등 선박과 충돌해 지느러미를 다친 것으로 보이는 돌고래들이 많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관광선박들이 돌고래와 가까운 거리에서 운항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성 있는 법안 마련을 포함해 선박 운항 횟수 제한, 감독관 의무 승선, 규정 위반 신고 핫라인 개설 등의 적극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19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목격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태어난 지 1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새끼 돌고래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그러나 관광선박 업체 측은 해당 영상과 관련해 “돌고래를 쫓아 방향을 틀지 않았으며, 돌고래와의 충돌위험을 인지한 채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운행한 사실도 없다”면서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거리가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돌아가는 길에 돌고래가 우리 배로 모이는 것이지, 우리가 그들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다”며 “선박과 충돌해 지느러미 다친 돌고래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알지만, 투어(관광) 선박이 아닌 일반어선에도 해당되는 부분이고 어느 배와 충돌해서 다친 것인지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는 누구보다 돌고래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규정준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관광선박 문제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지난달 제주도청에 현장 점검을 요청했다”며 “올해 하반기 중에 관광선박이 해양보호생물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이동 경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해 해양생태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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