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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하고 단순한 로고나 문구를 통해 도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것이 도시 브랜드다. ‘I♥NY’처럼 멋진 브랜드를 내걸어 도약한 도시가 적지 않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독일 베를린의 ‘Be Berlin’, 싱가포르의 ‘Your Singapore’도 강한 상징성을 보여주며 성공한 도시 브랜드로 꼽힌다. 현재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중인 2015년 10월 만들어진 ‘I·SEOUL·U(아이서울유)’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즈음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만들어 14년간 사용된 ‘하이서울(Hi Seoul)’을 대체했다.

‘나(I)와 너(U) 사이의 서울’이라는 뜻의 ‘아이서울유’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억지스러운 단어의 나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수많은 논란을 몰고 왔다. 광고계 출신으로 서울시 브랜드 1차 심사에 참여했던 손혜원 전 의원은 “만일 제가 마지막 심사에 참여했다면 목숨을 걸고 이 안이 채택되는 것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재미(在美) 영어교재 저술가인 조화유 작가도 최근 “공항에 나가 입국하는 미국인 5명만 붙들고 ‘I·SEOUL·U’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라”며 “전부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지난 달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서울유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이서울유를 당장에 폐기하는 것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도시 상징 브랜드를 만들려면 시 의회 협조를 받아 관련 조례를 승인받아야 하는데, 현재 서울시 의원 110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조례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도시 브랜드를 6년 만에 바꾸면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오 시장은 아이서울유를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대신, 자신의 철학이 담긴 별도의 도시 슬로건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장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도시 브랜드나 슬로건이 변하고 있으니 씁쓸할 따름이다. 가장 성공적인 도시 브랜드로 평가받는 ‘I♥NY’은 1977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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