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산 유가 11% 하락 불구
환율은 전년比 4.6% 오른 탓
유류세 인하 폭 축소도 영향
10월 이어 2개월 연속 2%대 중반
농축수산물 5.6%·가공식품 3.3%↑
수입 축·수산물도 환율 탓 오름세
환율 여파 공업제품 확산 불가피
한은, 물가점검회의서 “예의주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3원 돌파
고환율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2% 중반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품목을 반영한 생활물가지수는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동안 일부 수입기업이 체감했던 고환율의 압박이 소비자물가에도 전가되며 민생경제로 확산하는 것이다. 고금리에 더해 고환율과 고물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우리 경제에 ‘3고(高)’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에 2.2%로 출발한 뒤 줄곧 1% 후반∼2% 초반을 오르내렸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에 인접한 수준을 유지한 셈인데, 10월에 2.4%로 크게 오르더니 2개월 연속 2% 중반에 머물러 있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고환율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통상 고환율에 따른 물가상승세가 수입 원재료에 반영되는 것을 시작으로 공업제품 등으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물가 관리가 민생 안정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각오로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먹거리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11월 물가가 크게 치솟은 것은 고환율과 기후의 영향이 크다. 특히 석유류가 5.9% 뛰면서 전체 물가를 0.23%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중에서도 경유(10.4%)와 휘발유(5.3%)의 상승폭이 컸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데다 고환율 영향이 더해지며 상승폭이 10월(4.8%) 대비 커졌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통계심의관은 “석유류는 수입 농축수산물과 함께 환율 상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국제유가의 경우 두바이산을 기준으로 11.1% 하락했지만, 환율은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석유류는 환율에 민감한 데다 다른 산업 전반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는 점에서 향후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이 심의관은 “중장기적으로 외식 등도 원재료가 상승이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5.6% 오르며 전체 물가상승세에 0.42%포인트 기여했다. 올 들어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던 쌀은 출하량이 늘면서 물가상승세가 둔화했으나,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18.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귤은 지난해보다 26.5% 치솟았다. 임혜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 과장은 “11월 초 조생종의 출하가 늦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사과 21.0%, 돼지고기 5.1%, 국산쇠고기 4.6%, 고등어 13.2%, 달걀 7.3% 오르며 채소류를 제외한 농축수산물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주도했다.
수입 축산물과 수산물, 과일도 환율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 심의관은 “과실의 경우 수입량이 감소한 망고나 키위 등의 상승으로 전체 상승폭이 11.5%에 달했다”며 “지난해 하락했던 기저효과로 상승폭에 크게 나타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에서도 상승률이 3.3%에 달하며 전체적인 먹거리 물가의 부담이 커졌다. 주식 대용인 빵이 6.5% 올랐고 커피는 15.4%나 치솟았다. 서민들이 끼니 대용으로 찾는 편의점 도시락은 4.7% 올랐다. 외식물가도 자장면(6.2%)과 도시락(4.8%), 외식 커피(4.4%), 해장국(4%), 치킨(3.1%) 등이 줄줄이 오르며 전체적으로 2.8% 상승했다.
서비스는 집세(0.9%)와 공공서비스(1.4%)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개인서비스가 3.0% 오르며 전체적으로는 2.3% 상승했다.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지난해 7월(3.0%)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다. 식품 가격은 3.7% 상승해 고공행진을 지속했고, 식품 이외 품목은 2.3%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신선어개(7.4%)와 신선과실(11.5%)이 크게 올랐고 신선채소(-4.7%)는 하락했다.
고환율의 영향이 당장 소비자물가지표에서는 원재료에 가까운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에서 두드러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 원재료를 사용하는 공업제품에서도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임 과장은 “우선 직접 수입하는 원재료가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수입 원재료를 중간재로 쓰는 제품인 내구재 등도 시차는 있지만 생산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물가에 전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2% 중반의 상승률을 보이고 생활물가도 높아진 만큼 향후 물가 상황을 경계심을 갖고 점검하겠다”면서 “높아진 환율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성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에 경계감을 높이고 있지만, 환율은 1460원대 박스권에 머무르는 모습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5원 내린 1468.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1원 오른 1471.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장중 한때 1473.1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470원대가 단기 고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며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지속되는 점에서 환율 무게 중심이 아래로 쏠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달러 실수요 매수가 환율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며 “국내 수급상 1460원대는 심리적으로 저가 매수를 할 만하다는 인식이 있어 환율 하방경직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17.72원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연평균 환율인 1394.97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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