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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뻘 대리기사 ‘질질’ 매달고 질주, 끝내 사망…블박엔 비명만 [사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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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9 20:10:00 수정 : 2025-11-30 06:38:59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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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男, 살인 등 혐의로 구속 송치
대전서 대리기사 매단채 1.5㎞ 질주
“잠 왜 깨워” 마구 폭행…결국 사망
유족 “4만원 벌려다 변”…엄벌 촉구

만취 상태에서 60대 대리운전 기사를 차에 매단 채 질주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대리기사의 비명소리만 가득했고 영상엔 정신을 잃은 기사가 이리저리 부딪히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 14일 오전 1시15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인근 도로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폭행당한 뒤 차량에 매달린 채 끌려가는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전 유성경찰서는 최근 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 14일 오전 1시15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인근 도로에서 자신의 차를 운전하던 60대 대리기사 B씨를 운전석 밖으로 밀쳐낸 뒤 문이 열린 상태로 매단 채 약 1.5㎞를 운전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유성구 문지동에서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대리기사 B씨를 불러 충북 청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씨가 B씨에게 시비를 걸다 폭행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B씨를 차 밖으로 밀치면서 본인이 운전석을 차지했다. 차량 블랙박스에도 A씨가 B씨에게 시비를 걸고 폭행하는 듯한 소리, B씨의 비명 소리 등이 녹음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된 현장 영상을 보면 B씨의 한쪽 발이 차 밖으로 불쑥 나타나고 모자가 내던져지는 등 차 안에서 폭행당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후 축 늘어진 B씨는 몸이 안전벨트에 걸린 상태에서 달리는 차에 매달려 상체가 도로에 부딪혔다. A씨는 B씨 몸이 바닥에 질질 끌리고 마주오던 차량과 부딪혀도 아랑곳 않고 계속 운전을 이어갔다. 차는 그 상태로 1.5㎞를 더 달리다 도로 보호난간을 들이받으며 멈춰 섰다.

 

B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이 사고를 목격한 다른 운전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운전석 문이 열린 채 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장면을 확보하고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으로 만취 상태였다. 그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으나, 블랙박스 등 증거를 내밀자 “대리기사를 폭행하고 운전한 것이 맞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오전 1시15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인근 도로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차량에 매달려 있는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경찰 조사 결과 뒷자리에 타 자고 있던 A씨가 앞자리로 넘어와 B씨를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차가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흔들려 자신을 잠에서 깨웠다는 이유에서다. CCTV 확인 결과 과속이나 난폭운전은 없었다. 폭행이 시작되고 B씨가 밖으로 내쳐질 당시 주변에 차량들이 이를 목격했지만 경찰 신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초기 B씨 혼자 차량 밖에서 발견되고 A씨는 현장을 이탈해 CCTV가 없었더라면 단순 사고로 처리될 수도 있었다.

 

숨진 B씨는 전직 언론인으로, 이혼 뒤 10여년 전부터 대리운전을 하며 두 자녀를 홀로 뒷바라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좀 더 벌 수 있는 장거리를 선호했는데, 사고 당일에도 “대전에서 청주까지 가면 4만원을 벌 수 있다”며 호출을 받고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참담함을 금치 못한 채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대리기사를 향한 폭행과 폭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발표한 대리기사 700명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8%가 대리운전 중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욕설 등 위협과 괴롭힘이 97.1%로 가장 높았고, 신체적 폭행 및 구타가 20.9%, 성희롱 5.4%, 성추행 3.8%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경기 시흥에서 대리기사를 폭행한 30대 남성이 불구속 송치된 바 있다. 피해 기사는 “큰 모멸감을 느껴서 그날 이후로는 대리기사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블랙박스 작동에 이상이 없는 차량만 대리기사 호출이 가능하게 하는 규정 등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엔 술에 취해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 중이던 50대 남성이 제2경인고속도로 광명IC 인근에서 대리기사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운전대를 빼앗아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운전 중 대리기사에게 폭행 등 피해를 입힐 경우 차량에 타고 있는 사람 외 다른 차량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리기사를 폭행하거나 협박 등을 한 사람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해를 가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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