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3800까지 내려앉으며 폭락했던 지난 5일,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몰려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확산하며 전 세계 증시가 냉각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주저 없이 매수 버튼을 누른 것이다. 이런 개인투자자들을 네티즌은 “야수의 심장을 가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미국, 유럽 등 시장에서도 폭락이 이어지며 나온 기관의 투매를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받아주며 시장을 지탱했다. 해외에서도 이런 개인들의 매수세에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여전하고, 내수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AI 거품 우려까지 터졌음에도 매수세가 이어지니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폭락장 속에서도 주저 없이 주식 매수에 뛰어드는 그들은 진정한 야수처럼 보였다.
그런데, 전 세계 주식시장의 야수들은 정말 공포를 느끼지 않고 담대하게 매수 버튼을 눌렀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 CNN방송은 투자자들의 심리 상태를 측정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Fear&Greed Index)’를 집계해 발표하는데,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워질수록 시장이 공포에 지배돼 있고 100에 가까워질수록 기쁨에 기반한 탐욕에 지배됐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이미 10월 초 50 이하로 내려왔다. 당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나스닥, 다우존스 등 미 3대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식시장의 열기도 최고조에 올랐던 때다. 이후 F&G지수는 주식 활황기에도 끊임없이 추락해 결국 10월16일 23까지 내려앉기에 이르렀다. F&G지수 그래프는 주가 상승 여부와 관계없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바로 ‘공포’다.
이와 관련해 전설적인 헤지펀드 트레이더 앤디 크리거가 9월 중순 흥미로운 분석을 했다. “현재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믿으면서도 계속 주식을 매수한다. 그들은 적어도 시장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집단이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현실의 여러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시장의 공포가 드러날 것이라 예견했고, 이는 불과 한 달도 안 돼 현실이 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투자에 뛰어들었다. 마치 지뢰가 매설된 들판을 걷는 사람처럼 사시나무처럼 떨면서도 이들은 발걸음을 내디딘다.
각국 정부의 주도, 혹은 용인 속 지속해서 떨어지는 화폐가치와 이에 반비례해 올라가는 물가를 지켜보며 개인이 느끼는 당연한 반사적 반응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202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사라져 가는 사회안전망은 사회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더 적극적으로 생존활동에 나서게 한다. 결국, 가만히 멈춰서 있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시장의 여러 불안요소가 만들어낸 공포를 압도한 셈이다.
초원의 야수는 확신을 가지고 먹잇감을 노릴 때 으르렁대지 않는다. 야수는 다가오는 위협 속 자신과 가족의 생존이 경각에 달했을 때 으르렁댄다.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수많은 야수가 뿜어내는 ‘으르렁’ 소리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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