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철거해야” VS “전 재산 투자”…장릉 옆 아파트 논란에 속 썩는 입주예정자들

관련이슈 이슈키워드

입력 : 2021-09-27 17:53:17 수정 : 2021-09-27 17:53: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포 장릉 근처에서 건립 중인 아파트. 연합뉴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 옆에 건립 중인 아파트가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3개 건설사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 서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문화재청은 또한 이달 30일부터 아파트 공사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으며, 건설사에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내준 서구청 담당자를 감사해달라고 인천시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들 3개 건설사가 문화재청장이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층 아파트를 지으며 심의조차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주변 시민들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 문화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포장릉 인근에 문화재청 허가 없이 올라간 아파트의 철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 A씨는 “김포 장릉은 파주 장릉과 계양산의 이은 일직선상에 위치해 파주 장릉-김포 장릉-계양산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이라며 “위 아파트는 김포 장릉-계양산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위와 같은 조경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봉분 앞 언덕에서 계양산 쪽을 바라보면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와 조경을 심하게 해쳐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질 것”이라며 “아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시스

 

현재 해당 청원은 27일 오후 5시30분경 13만439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그러나 건설사 측은 “택지개발에 대한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사업지를 매입한 뒤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등 적합한 절차에 따라 시공에 착수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천도시공사가 해당 아파트 용지를 매각했고 2014년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는 것.

 

그러다 지난 7월22일 문화재청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고, 다시 건설사들이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 공사를 진행해왔다. 현재 아파트 공사 중지 명령이 다시 한 번 떨어진 가운데 건설사들은 다시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총 3400여세대 규모인 3개 아파트 단지는 당초 내년 6∼9월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이미 분양을 끝마치고 입주만 기다리던 입주예정자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신문고에는 분양을 받은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막아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건설사는 사전에 심의를 받아야 했고, 문화재청도 미리 조치를 취했어야지 입주민들은 무슨 죄냐”며 “전 재산을 들여서 입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기가 찬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에 한 부동산 전문가는 언론에 “입주예정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결국 거주권을 보장할 것이냐 문화재 보존이 우선이냐의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건설사들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똥을 끄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문화재청이 오는 10월11일까지 요구한 역사문화환경 개선 대책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 

 

문화재청은 추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들 아파트와 관련한 후속 조치 사항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문화재보호법에는 허가를 받지 않고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한 경우 행위 중지 또는 원상회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개선 대책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시 철거 명령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건설사들이 내놓는 대책에 따라 문제의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강소영 온라인 뉴스 기자 writerk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