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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과정서 특허기술 얻어놓고 하청계약 해지 다반사” [대기업 기술탈취, 고달픈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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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5 06:00:00 수정 : 2021-09-15 07: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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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중기 기술보호 조력 ‘공익재단 경청’

장태관 이사장 인터뷰

국회 관심·정부 개선의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 놓인 中企 절대다수
스타트업 사업제안서 베끼기 등 여전

공정위 신고 후 조사에만 3년 기다려
피해 입증 길어지면서 처벌은 미뤄져
상생법 개정안 효율적 이행 논의 시급
장태관 재단법인 경청 이사장이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경청 사무실에서 “상생법 개정 내용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정부 부처 간 업무협력과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등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내 산업계에 뿌리박힌 기술탈취 관행을 최소화하고 대·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에 법률지원을 제공하는 재단법인 경청의 장태관 이사장은 지난 1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구제를 위한 국회 차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관계 부처도 문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이 절대 다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이사장에 따르면 국내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논란이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떠오른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기술 보호 수준 실태조사 결과 매년 수십개 기업이 기술탈취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연간 총 피해금액도 매년 1000억원에 육박한다. 장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상대가 대기업인 경우가 대다수”라며 “대기업과 비교해 법률 조력을 받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무료 법률자문과 변호사 선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경청은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조력자를 자처하고 있다. 업무 핵심은 중소기업을 위한 무료 법률지원으로, 기술침해 등의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 의뢰하면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재단 변호사와 제휴 변호사를 통해 사건을 변호한다. 오랫동안 대기업과 분쟁 중인 기업도 있고 소송이 막 시작된 기업, 기술침해 등을 재단이 인지해 대책을 세우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그동안 경청에 의뢰된 기술침해 사건은 총 71건이다.

경청이 다룬 기술침해 사건을 보면 IT(정보기술) 업계의 경우 스타트업 등의 사업 제안서를 받은 대기업이 이를 고스란히 복사해 자신들의 기술로 둔갑시키는 관행이 여전하다. 제조업은 보다 치밀하게 기술탈취가 이뤄진다고 한다.

장 이사장은 “대기업으로부터 업무협력을 제안받은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특허기술을 소개하는 경우가 잦다”며 “이 과정에서 취득한 기술이 다른 업체에 전달되고, 대기업은 ‘우리가 원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종전 하청업체의 납품계약을 해지하는 게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중소기업의 권리를 보호하기엔 이상과 현실의 온도차가 크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장 이사장은 “과거 경청과 함께한 피해기업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조사를 기다리는 시간만 3년이 걸렸다”며 “기술침해 피해를 입증할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해 기업에 대한 처벌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사건 해결이 지체되는 사이 공정위 출신 고위직들이 기술탈취 대기업 또는 그 회사들을 변호하는 대형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며 “가까운 예로 현재 기술침해 건으로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한 대기업의 임원은 공정위 출신 고위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 시행을 앞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에 대해선 후속 조치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상생법 개정 내용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정부 부처 간 업무협력과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등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실제 소송에서 적용하려는 법원의 의지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자기 기술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했느냐’는 중소기업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을 거두고, 왜 지킬 수 없었는지를 면밀히 살펴 부적절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위한 행정기관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있는데도 중소기업들은 그 정책들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지원 정책의 통합 창구 역할은 물론 피해 중소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법률 소송 분야에서 권리 침탈 대응과 권리 회복에 의뢰인과 끝까지 함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언 기자 Dragonspeec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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