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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칼럼] 갈수록 멀어지는 일상회복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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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2 23:18:07 수정 : 2021-08-22 23: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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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갖가지 규제만 늘어
백신접종률 OECD 꼴찌인데도
文대통령 “안정적 극복” 말뿐
강제적인 미봉책으론 해결 못해

휴일 한낮, 코로나로 쉬고 있는 초등학교 앞 거리에서 시속 43㎞로 달리다 과속딱지를 받았다. 6만원짜리다. 스쿨존, 벌금이 두 배라고 한다. 휴교 중이든 한밤중이든 무조건 딱지를 뗀다. 아이들 등교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일요일 새벽 5시반 낙원상가 아래 길을 41㎞로 달렸다. 역시 6만짜리 딱지를 받았다. 경찰서에 문의했지만 휴일 새벽이지만 사고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겪은 일이다. 국민들을 보호하려는 선한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인적 없는 일요일 이른 새벽, 40㎞대 속도까지 단속해야 할지는 의문이 남는다. 감격스러운 보호조치(?)다.

그제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KTX를 탔다. 이른 아침, 60여명이 타는 차안에 달랑 세 명이다. 버릇처럼 역사에서 구입해 온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승무원이 다가왔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커피 마시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진주까지는 세 시간 반, 상당히 긴 시간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로서는 상당한 고역이다. 영화관에서는 마시는데, 하지만 승무원에게 화낼 일은 아니다. 별 수 없다. 조용히 객차연결칸 쓰레기통에 버리는 수밖에.

김동률 서강대 교수 매체경영학

이 같은 정부의 각종 규제 조치는 도를 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식당에서, 기차에서, 무차별적으로 QR코드 찍기와 안심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 무서운 전염병을 앞세운 엄청난 인권침해다. 민주주의 국가 중 전염병을 핑계로 이렇게 국민들을 공포스럽게 만드는 나라가 또 있을까? 방역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온 세계가 다 알고 있는데 왜 우리만 방역에 올인하고 있을까?

긴급한 상황논리를 앞세운 권리 침해는 과거 정부에도 있었다. 이명박 정권시절, 고유가로 관공서 출입 시 차량5부제를 강제한 전례도 있다. 전시도 아닌데 휘발유 가격이 올랐다고 개인의 권리를 의회의 입법 없이 일방적이고도 실제적으로 제한할 권리가 있을까? 나는 예전 이명박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언론을 통해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문제는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정부 조치나 규제가 해가 갈수록 금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과도한 정부개입은 단연코 불가능한데 유독 한국에서만은 문제되지 않고 있다. 공동체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공리주의, 나아가 전체주의적 사고에 뿌리가 있다고 보인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코로나 위기를 어느 선진국보다 안정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백신 접종도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백신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라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안정적 극복’이라 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대통령과 국민의 인식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정부가 다른 선진국처럼 미리미리 백신을 확보했더라면 이런 곤경에 처하진 않았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초기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결과가 최근 비참할 정도로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웬만한 선진국은 대부분 부스터샷(추가 접종)까지 확보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백신 생산 부족과 공급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문제”라고 했다. 달리 말하면 다른 나라도 다 겪는 문제이지 우리만 특별한 게 아닌 것처럼 말한 것이다.

거리 두기 조치 등 지금의 방역규제조치는 더 이상 해결책이 안 된다. 계속되는 최고치 기록이 그 증거다. 방역에는 정부의 역할이 있고 국민이 할 일이 있다. 국민은 온갖 어려움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방역 지침에 잘 따랐다. 반면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헛발질만 몇 달째 계속됐다. 우리와 비슷한 선진국은 백신을 쌓아놓고도 안 맞아서 골치인데, 우리는 백신이 없어서 못 맞는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일상생활을 옥죄는 지금의 정책은 이제 그만 그쳐야겠다. 고강도 규제조치는 확산방지라는 선의로 도입되었지만 결국에는 그 선의를 배반하는 부작용이 훨씬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문제들을 근본적인 원인해결보다는 강제적인 미봉책으로 해결하겠다는 유혹은 일류국가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당국의 갖가지 규제는 늘어나고, 백신확보 소식은 까마득하다. 무능한 정부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돌아갈 꿈이 아득하기만 하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매체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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