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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외조 덕분에 간호사 됐어요”…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탁현진씨

입력 : 2021-04-28 03:00:00 수정 : 2021-04-27 14: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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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조기에 완치해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전북 남원의료원 코로나 치료 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인 탁현진(36·여·남원시)씨는 27일 이같이 말하고 “처음이라 힘들지만,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는 데 작은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탁씨는 우리 말로 대화하기조차 쉽지 않았던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간호사의 꿈을 이뤄 눈길을 끈다. 그녀는 지난해 3월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뒤 지난달 1일, 이 병원에 보건직 8급으로 입사해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치료를 돕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간호사로 근무하는 것은 이 지역 최초이자 전국에서 두 번째다.

 

탁씨가 한국 생활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 호찌민 인근 시골 마을에서 6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농사를 짓고 동생들을 돌보며 성장한 그는 21살이 되던 2006년 우연히 한국에 시집가 단란한 가정을 일군 사촌 언니의 소개로 남편 유영현(57)씨와 인연이 닿아 남원에서 제2인생을 시작했다. 유씨는 남원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 생활 초기 다른 이주여성들처럼 남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아 한글부터 배우느라 안감힘을 썼지만, 진도가 빠른 편이었다. 학창 시절 공부를 썩 잘했어도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고교를 중퇴해 공장에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그였기에 배움의 즐거움은 배가 됐다. 언어를 통한 소통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밑거름이자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이런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남편은 아내에게 진학을 적극 권유했다. 어릴 때부터 친동생이 천식과 감기를 달고 살아 의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인근 임실 오수미래고와 전주비전대 간호학과에 잇달아 진학했다. 어린 두 자녀를 남편에게 의지하고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할 정도로 학업에 매진한 탁씨는 대학 졸업 후 간호사 시험에 도전했고 5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어려운 의학 전문용어가 많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육아와 살림을 책임진 남편은 연이은 낙방에 실망한 아내를 설득해 재도전하도록 격려했고 소식을 접한 지역의 한 한약방 원장도 학비를 지원하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탁씨는 마침내 지난해 ‘5전6기’로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탁씨는 “낯선 이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간호사의 꿈을 이룬 것은 전적으로 남편의 아낌 없는 사랑과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이라며 “친절한 간호사가 되는 것도 좋지만 한국말이 서툰 이주여성들이 어려움 없이 병원 치료를 받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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