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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문을 지키는 올림푸스 세계. 그곳에는 신들이 산다. 번민과 갈등으로 얼룩진 지상의 인간세상. 그곳에서는 올림픽 제전이 열린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제전은 말 그대로 신을 위한 제사 마당이다.

무엇을 기원했을까. 평화를? 더 간절한 기원은 풍요와 안전, 번영일 성싶다. 호메로스의 작품 ‘일리아스’에 그 실상이 드러난다. 수많은 신이 등장한다.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 그리스 아카이아 원정군을 편드는 여신 헤라와 아테네, 소아시아 트로이 편에 선 활의 신 아폴론과 군신 아레스…. 전쟁과 재앙,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불안과 고통. 그들은 끝없이 제물을 바치고, 끝없이 기도한다. 생존을 위해, 승리를 위해. 올림픽 제전은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고대 그리스만 그랬을까. 우리 역사에서도 똑같다. 고구려의 동맹(東盟). 음력 10월에 열리는 제사 의식이다. 동맹은 이두식 표기다. 누구를 섬긴 제사였을까. ‘후한서’ 동이열전, “그 나라 동쪽에 큰 동굴이 있는데 ‘수신(隧神)’이라 부르며 제사를 올린다.” 수신은 누구일까. 고구려를 일으킨 고주몽과 물의 신 하백의 딸로 그의 어머니인 유화 부인이다. 그들은 조상신이자 수호신이다. 고려 팔관회는 그 전통을 잇는 의식이다.

올림픽에 다른 이름 하나가 붙었다. ‘평화의 제전’.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정한 승부를 가르는 스포츠 축제다. 페어플레이 정신 속에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려는 뜻을 담은 걸까.

현실은 다르다. 평화는 구호일 뿐, 갈등의 장으로 변했으니. 북한은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무엇을 노리는 걸까.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두고 미국의 보이콧 논란도 뜨겁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을 씨앗으로 삼았다. 속내는 다른 것 같다. 이전에도 중국의 인권 탄압이 없던 것이 아니니.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1984년 LA올림픽도 보이콧에 멍들었다.

올림픽 제전을 열면서 신들이 자신의 편에 서 주기를 기도하는 ‘일리아스’의 인간 군상들. 어쩌면 올림픽 무대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인지 모른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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