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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집 AS 갔다가 폭행당하는 방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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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8 22:00:00 수정 : 2021-04-08 22: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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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니
방문간호·검침 등 업무차 방문
망치 들고 위협하거나 성희롱
4명 중 1명은 신체적 폭력 경험
휴대전화로 성적 동영상도 전송
연구진 “제도적 보호 장치 필요”
“술에 만취한 고객에게 맞는 경우가 있어요. ‘죽여버린다’며 폭언과 욕설을 하는데 만취한 상태라 대응 방법도 마땅치가 않아요.”(설치·수리 노동자 A씨)

“8개월간 일하면서 자주 만지려고 했어요. 어떨 땐 엉덩이를 만지려 해서 저도 모르게 발이 나간 적이 있어요. 보통 배가 보이도록 훌러덩 벗고 있고 4개월 지나니 팬티를 안 입으신대요. 그분이 제가 그만둘 때 한 말이 ‘죽기 전에 저를 한 번 껴안아 보고 싶다’는 거였어요.”(재가요양보호사 B씨)

가구방문 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폭행 위협을 당하거나 성희롱 등 성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가구방문 노동자 4명 중 1명 이상이 신체적 폭력을, 5명 중 1명 이상은 성희롱을 겪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가구방문 노동자는 설치·수리노동, 가스안전점검, 상수도계량기검침, 재가요양보호, 방문간호 등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객 부당대우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796명) 중 25.9%(복수응답)가 신체적 폭력을 겪은 적 있다고 답했다. 망치 등 흉기로 위협당한 경우도 7.0% 있었다. 설치·수리 노동자 C씨는 “고객이 망치를 들고 살짝 내리치면서 자신이 이전에 설치기사와 싸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며 “언제 갑자기 망치로 사람을 내리칠지 알 수 없어 계속 뒤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희롱을 당한 적 있다고 답한 이도 22.1%나 됐다. 성폭행 피해도 2.0%가 있었다고 답했다. 방문간호사 D씨는 “개인 휴대전화로 고객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있어 연락처가 노출됐는데, 거기로 성적 영상이나 사진을 보내오는 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성희롱의 경우 여성 노동자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지만, 남성 비중이 높은 설치·수리 노동자도 일부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수리 노동자 E씨는 “남자인데도 성희롱 문제가 의외로 빈번하다”며 “기능적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영상을 틀어야 하는데 그때 성적인 영상을 튼다든가, 업무 보고 나올 때 따로 수고비를 챙겨주면서 연락처를 주고 만나자 한다든가 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권위로부터 위탁을 받아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고객으로부터 성희롱과 성폭행을 더 높은 수준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다른 부당대우 유형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부당대우는 주로 서비스 이용자의 몰이해나 노동에 대한 경시 풍조로 인해 발생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가구방문노동자가 겪는 부당대우는 성 역할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센터는 “여성 방문노동자는 주로 돌봄노동을 하찮은 일로 여기는 가부장적 시각의 이용자 언행과 같은 폭력을 경험한다”며 “반면 남성은 실수나 미숙함 등을 인정하지 않거나 남성 역할로 여겨지는 가구 옮기기 등 규정 외 일에 대한 사적인 요구 같은 성차별적 처우를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가구방문 노동 특성상 감정노동이나 성차별, 성희롱,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부당한 요구 등에 취약한 만큼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 형태로 일하는 가구방문노동자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해당 법에 고객의 폭력 등 예방과 사후조치에 대한 노동자 교육과 사업주 조치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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