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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한국인·미국인의 감기를 대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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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10 21:00:16      수정 : 2019-04-11 15:35:01

낮과 밤의 일교차가 10도를 웃도는 환절기라서 그런지, 주위 사람들이 기침하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감기 또는 독감이 유행이라고 한다. 최근 한 연구모임에 불참한 동료 교수는 독감 감염 사실을 알리며 타미플루 진단서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내왔다. 감염 질환에 대한 한국인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 독감 환자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당연히 여기게 됐다.

그러나 한국인이 감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독감과는 구분된다. 감기는 200여 개 이상의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으로, 독감과는 달리 특별한 치료 없이도 인체 면역 메커니즘의 작용으로 2주 정도면 자연 치유되는 게 보통이다. 감기가 유행하면 교실 또는 직장에서는 기침 소리로 가득하다.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각급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직장인들은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그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마스크를 하고 어린이집·유치원, 학교, 직장에 나가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아침에 의원에 들르느라 조금 늦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교사에게 문자나 전화로 알리느라 분주하다. 교사는 아이의 몸 상태를 관찰하며 평소보다 유난히 나빠 보이는 경우 보건교사에게 보내거나, 부모에게 연락해 의원에 가도록 권한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골골하며 연이어 기침하면서도 늦게까지 야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체생활을 하면서 환절기에 감기 걸리는 것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가벼운 감기에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으면 ‘꾀병’으로 간주하고, ‘개근’을 성실성의 지표로 파악하는 문화가 지속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미국의 학부모, 교사, 직장인이 감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이와는 뚜렷이 구분된다. 학부모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아픈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다른 아이에게 감기를 옮길 수 있고, 아이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감기 회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교사도 감기 걸린 아이가 등교하면 즉각 집으로 돌려보낸다.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는, 아이가 아프면 진단서를 직장에 제출하고 일을 쉬며 아이를 보살필 수 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병가를 내고 완쾌될 때까지 쉴 수 있다.

한국인도 감기가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안다. 다만, 독감과 달리 그 정도가 약하다는 점을 중시한다. 그렇지만 한국인 사이에서도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태도 차이가 존재한다. 감기 걸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의 비율이 최근으로 올수록 높아지고 있다. 계층별로는 저소득층보다는 중산층에서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

‘아이 기르기 힘든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초저출산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종일 일하느라 자녀를 돌보기 힘든 학부모의 선택지가, 아픈 자녀를 집에 홀로 두거나 학교로 보내고 출근하는 것밖에 없다면 상황은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직장인이나 그 자녀가 감기에 걸렸을 때 진단서로 일을 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면 감기가 더는 ‘꾀병’이 아니게 될 것이고, 시민의 건강 수준과 행복도 증진될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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