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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 울분 상태'… 마음까지 파괴한 가습기살균제 [뉴스+]

특조위, 피해가정 첫 실태조사 발표 / 일반인 2.2배… 11%는 자살 시도 / 피해 보상·정보 제대로 못 받아 / 분노·복수심·죄책감 등 시달려 / 전문가 “살균제증후군 개념 정립 / 정부가 폭넓게 피해 인정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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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4 19:50:30      수정 : 2019-03-14 19:50:32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의 66%가 만성적 울분 상태에 있고, 10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가습기살균제가 폐 등 신체적 질환뿐 아니라 피해자 일생에 걸쳐 심각한 심리·사회적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4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피해가정 실태조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조위가 한국역학회에 의뢰해 진행된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기준 피해자로 신청·판정 완료된 4127가구 중 100가구를 무작위로 추출해 3개월 동안 실시됐다.

특조위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의 66.6%는 부정적이고 정의에 어긋난 걸 경험했을 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인 ‘울분’을 만성적으로 느끼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과 비교하면 2.27배가량 높은 것으로, 이 중 절반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울분의 감정은 정신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성인 피해자의 27.6%가 자살을 생각했고, 11.0%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 일반인과 비교하면 각각 1.5배, 4.5배에 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뒤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등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면서 분노와 복수심,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 자리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2010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016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피해 가능성이 없다는 4단계 판정이 나왔다”며 “생각할 때마다 울분이 올라오고 말할 수 없는 격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대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학 유명순 교수는 “이들은 평범했고 일상을 살았지만 가습기 제품을 구매했다는 것으로 피해자가 됐다”며 “피해자들은 ‘이 사회, 국가는 나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묻는 기본 신념이 붕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황전원 지원소위원장(왼쪽 세번째)이 조사결과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피해자들은 이웃과 소통하지 않는 등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명 이상의 이웃과 인사하고 지낸다’라는 문항에 대한 피해자들의 응답률은 일반 국민보다 1.4배 낮았다.

신체적으로 성인 피해자는 노출 이후 비염·비질환(63.5%), 천식이나 폐기종 등 폐질환(53.6%), 결막염·안질환(48.8%)을 앓았고, 아동·청소년은 비염, 천식을 호소하는 등 전체 아동 기준 하위 5%에 해당하는 이들이 20.5%나 됐다. 이런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따른 사망과 질병을 사회적 비용(100가구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126억원에서 540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피해자들의 상황이 드러난 만큼 연구진은 포괄적으로 이들을 지원할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책임자인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연구기간에) 1300여명의 사망 신고가 있었고, 이 중 200여명이 이미 인과관계를 인정받았다”며 “정부의 건강피해 인정 질환과 실제 피해자들이 진단받은 질환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이라는 개념을 새로 정의해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경·이희진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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