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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신축’ 주민 반대에 머뭇… ‘지·옥·고’ 갇힌 청춘들 [행복사회로 가는 길]

대학생 주거난 갈수록 악화 / 작년 기숙사 수용률 22%… 수도권 17% / 입소 ‘당첨’ 위해 주소 멀리 옮겨놓기도 / 원룸 보증금 1000만원·월 50만원 예사 / “방값 너무 비싸 왕복 4시간 매일 통학” / 대학들 “학령인구 감소” 신축 검토 안해 / 임대업자 “수익 줄어 생존권 위협” 반발 / 지자체·정부는 양쪽 눈치 보며 ‘팔짱’만 / 전문가 “상생 가능한 주거시설 확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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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13 11:35:54      수정 : 2019-03-13 15:55:13
#1. 올해 서울교대에 입학한 진형오(20)씨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보증금 1000만원을 주고 원룸을 얻었다. 월세 65만원과 전기·수도·가스비 등 한 달에 70만원 정도가 나간다. 진씨는 “화장실이 좁아 샤워하기도 힘들고 계단으로 사람 올라오는 소리가 다 들리는 등 방음도 잘 안 된다”며 “월세가 비싸다 보니 1학년인데도 과외를 구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 취업 준비에 한창인 고려대 4학년생 이준민(28)씨도 주거비 부담이 크다. 보증금 3000만원, 월세 58만원짜리 복층 오피스텔에 사는데 친구와 나눠 내고 있어 그나마 방값 부담을 덜었다고 했다. 그는 “자취를 하다 보니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돈이고, 이불 꼭 덮고 자는 것도 돈 아끼는 것이더라”며 “부모님께 다시 손을 벌리는 게 너무 죄송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반지하·고시원으로 내몰리는 대학생

대학생들 주거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숙사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서울 대학가의 웬만한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학생들 아우성에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정부는 기숙사, 전세임대주택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임대수익이 대폭 줄어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원룸 임대 사업자들의 집단 반발로 별다른 진전이 없다. 왕복 3∼5시간의 통학이 어렵고, 비싼 방값을 대기 힘든 대학생은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 주거난의 1차적 원인은 기숙사 수용 인원이 턱없이 적어서다. 지난해 4월 기준 250개 4년제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21.7%. 수도권의 경우는 17.1%에 불과하다. 고려대 신입생 김모(20)씨는 “일부러 집 주소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 기숙사에 들어간 친구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대다수 학생은 보편적인 주거형태인 원룸을 찾는다. 연세대 졸업생 신모(26)씨는 “신촌 일대 원룸의 특징은 집의 상태에 비해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비싸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총신대 2학년 학생은 “지난해엔 기숙사에 살았는데 올해는 떨어져 경기 화성에서 하루 4시간 정도 통학한다”며 “(월세 등의 이유로) 자취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등 청년 가구(20∼34세)의 80.8%는 임차가구였고 이들의 월세 비중은 71.1%였다. 이들의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 부담은 80.8%로 일반가구(66.0%)보다 높았다. 학업에 전념해야 할 나이에 방값과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과 주민, 지역 상생하는 모델 찾아야”

기숙사를 대폭 늘리는 게 대학생 주거난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지만 나아질 기미는 없다.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주저하고, 지역 주민은 ‘생존권 보장’ 등을 외치며 반대하며, 지자체와 정부는 양쪽의 눈치를 보며 관망하고 있는 탓이다. 전남지역 대학 관계자는 “기숙사에 들어오지 못하는 학생이 매년 줄고 있는 데다 입학생도 감소하고 있어 신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고려대와 한양대, 총신대 기숙사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동소문동 행복(연합)기숙사, 한국장학재단의 행당지구 행복(연합)기숙사 등이, 지방에선 경북대와 울산대 등이 임대수입 감소, 조망권 침해 등의 이유로 난항을 겪었거나 겪고 있다. 서울 성동구청 관계자는 “2015년 한양대 기숙사 신축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는 ‘공실이 많이 발생해 생계에 직격탄을 입는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숙사 신축이 원룸 공실이나 임대료 하락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명지대 김준형 교수(부동산학)팀이 지난해 2월 경희대와 경기 평택대, 대구 계명대, 부산 신라대 등 전국 26개 대학 기숙사 신축 전후 원룸 월세를 비교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고 서울은 졸업생과 직장인 등 신규 유입으로 오히려 임대료가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학생과 대학,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주거시설 확충을 조언한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요즘은 학교 안에 커피숍과 쇼핑센터까지 들어서 주변 상가에서도 반대한다”며 “주민 입장에선 학교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더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집중형 기숙사 이외 소규모 분산형, 기존 기숙사 리모델링, 저렴한 민간임대주택 알선 등을 제안한 김준형 교수는 “기숙사 신·증축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계획 초기 단계부터 주민참여형 계획 수립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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