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설계자’로서 노태우정부에서 노무현정부까지 20년간 대학 입시제도에 관여한 박도순(76·사진)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가 문재인정부의 대입 정책에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박 명예교수는 2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우리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거쳐 기본 원칙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한 뒤 거기에 맞춰서 대입 제도를 검토할 줄 알았다”며 “그것을 안 한 채 정시·수시(전형)비율이나 절대·상대평가 등을 놓고 1대1 대응을 하느라 급급한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박 명예교수는 특히 “입시제도가 계속 실패한 이유는 정권마다 입시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반면 돈(국가 재정)이 안 들어 아무렇지 않게 손을 댄 탓”이라며 “교육은 (표를 의식하지 말고) 가급적 문제의 본질에 충실히 접근해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간 경쟁 강화나 완화 중 어떤 방향으로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인지, 급변하는 시대에 적합한 인재상 등에 대해 치열한 논쟁과 국민 설득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수능이 학생 줄세우기로 전락했다면서 ‘자식’과도 같은 수능의 폐지론까지 언급했다. 그는 “대학 강의와 공부에 필요한 기본적 능력을 평가한다는 ‘자격고사’ 성격의 수능 도입 취지가 왜곡된 채 사실상 학력고사처럼 전국 학생을 성적 순으로 줄세우기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면서 ‘학력’을 우선시해 학생을 뽑는 대학들 행태도 비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