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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피해자만 있고 피의자 없는 '디지털 성범죄'…관련 입법은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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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5 19:44:10 수정 : 2018-06-25 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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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디지털 성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관련 법안들이 대부분 국회에서 계류된 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의 허점으로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 과정에서도 시급성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세계일보가 20대 상반기 국회에서 발의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18개 법안이 발의됐다. 이중 2개 법안만 통과돼 공포됐고 다른 16개 법안은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계류된 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다른 현안에 밀려 계속 논의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회가 정쟁으로 공전상태가 되고 이를 면피하기 쉬운 법안들 위주로 처리하다 보니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들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는 있지만 피의자는 없는 범죄’가 되고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해도 처벌하지 못하고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처벌 공백이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촬영의 주체가 본인인 경우 △화상채팅 상 영상·이미지를 재촬영한 경우 △촬영물을 편집·합성한 경우 등이다. 실제 2016년 1월 대법원(주심 대법관 박상옥)은 내연녀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고 내연녀의 알몸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한 남성에 대해 ‘성폭력처벌법’ 무죄를 선고했다. 헤어지기 전 내연녀가 자신의 알몸 사진을 보냈다는 이유였다. 당시 대법원은 “현행법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어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촬영한 것까지 포함시켜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그해 9월 본인이 촬영한 촬영물을 의사에 반해 유포할 경우 처벌하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계류된 채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6년 카메라 등 이용촬영·통신매체 이용음란죄 발생건수는 6364건으로 2007년 804건 대비 10년 새 7배 증가한 것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모임’(http://topconsumer.co.kr) 등을 온라인 상에 만들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서둘러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법인 GL 김현아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피해자들이 피해를 말하고 있는데 처벌 공백이 큰 상황”이라며 “국회가 피해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서둘러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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