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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3년까지 집권 가능…'21세기 술탄', 경제 잡을까?

입력 : 2018-06-25 20:37:07 수정 : 2018-06-25 17: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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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대선·총선 승리로 2033년까지 통치 가능해져 / ‘술탄’ 에르도안, 장기 집권 길 텄지만 과제도 수두룩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 대통령이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하며 ‘21세기 술탄’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채택된 새 대통령제에 따라 에르도안은 2033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졌고, 판사 임명권을 가지는 등 입법·사법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약진하는 등 그를 반대하는 기류가 여전히 존재하고, 서방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터키를 곱지 않게 보는 등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터키 최고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에르도안이 52.5%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돼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무하렘 인제(54) 의원(31.7%)을 눌렀다고 밝혔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은 42.4%를 득표했다. AKP와 선거연대를 구성한 우파 ‘민족주의행동당’(MHP)이 11.2%를 득표한 것을 감안하면 에르도안의 범여권은 의회에서도 과반을 점유하게 됐다. 에르도안은 “국민이 내게 대통령의 책무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오른쪽)이 부인 에미네 귈바란과 함께 25일(현지시간) 앙카라의 정의개발당 당사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앙카라=AFP연합뉴스
에르도안이 대선과 총선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그의 30년 장기집권이 가능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해 개정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중임이 가능한데 중임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할 수 있다. 2003년부터 총리로 재직하며 터키 권력을 잡은 에르도안이 이런 시나리오를 밟을 경우 2033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대통령 권한도 막강하다. 가디언에 따르면 에르도안은 총리제를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은 물론 장관과 같은 국무위원 지명 및 판사 임명권을 가진다. 또 체포 등 강제력을 동반한 각종 법령을 선포할 수 있게 되며 반면 의회는 예산 심사권이 대폭 약화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년 전 발생한 쿠데타를 빌미로 비상사태를 선포해 수천명의 쿠르드족 정치인을 체포했던 에르도안의 (비정상적인) 행정권이 새 대통령제에 따라 법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초 내년 11월 예정됐던 대선을 앞당겨 조기 실시한 에르도안의 승부수가 통했지만 국내 정치·경제 및 외교적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장 야당에선 국영 아나돌루통신이 예정된 공표 시간보다 2시간 일찍 에르도안의 승리를 보도해 선관위 직원들이 개표소에서 일찍 나선 점 등을 들어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쿠르드계인 인민민주당(HDP)이 원내 진출 최소 득표율인 10%를 넘겨 제3당에 올라서는 등 5개 정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해 에르도안을 반대하는 야당이 만만찮은 저력을 보여줬다. 에르도안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올해 들어서만 리라화 가치가 달러 대비 4분의 1가량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외국인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문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NYT는 그의 당선으로 터키와 미국·유럽연합(EU)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터키는 최근 러시아로부터 미사일방어시스템과 원자로를 도입하며 서방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2년 전 발생한 쿠데타 배후로 터키 정부가 지목한 성직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미국이 거부하고, 쿠데타 연루 혐의로 터키에서 억류돼 재판받고 있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석방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터키가 들어주지 않으면서 양국 긴장관계가 증폭되고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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