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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9단’ JP 서거… 여야, 3金 뛰어넘는 협치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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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4 23:35:30 수정 : 2018-06-24 23: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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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욕으로 얼룩진 정치 인생 마감 / 정치권, 적대적 언행 그만두고 / 대화와 타협의 새 정치 열어야 ‘정치 9단’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그제 영면에 들었다. 그의 별세로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정치를 주름잡았던 3김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그는 영원한 2인자, 정치 풍운아, 정치 9단 등으로 불렸던 보수 정객이다. 9선 국회의원, 두 차례 국무총리 역임, 4개 정당 총재라는 정치 족적은 그를 빼놓고 현대 정치사를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JP에 대해 “한국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다고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일으킨 5·16 군사정변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짙은 명암을 드리운다. 그는 산업화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초대 중앙정보부장 시절에는 대통령 특사를 맡아 한일협정 체결을 매듭지었다. 헐값 대일청구권, 굴욕 외교 논란이 따라다니지만 한일 국교를 정상화한 공로가 크다는 평가가 있다. 경부고속도로, 포스코, 소양강다목적댐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들어졌다. 1987년 민주화시대 이후에는 YS와 손을 잡아 김영삼정부를 탄생시켰고, 1997년에는 내각책임제 개헌을 조건으로 ‘DJP 공동정권’을 만들어냈다. 충청권의 맹주로 지역갈등을 조장한 변신의 귀재라는 부정적 시각이 없지 않지만 자신의 정적과도 협상하는 타협의 정치를 이뤄냈다는 긍정 평가도 많다.

JP를 비롯한 3김은 각기 공과가 있지만 나름의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나쁜 유산을 청산하고 좋은 유산을 계승·발전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 여의도 현실을 보면 정치 역사를 거꾸로 쓰고 있다는 참담함을 떨칠 수 없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 원수처럼 전쟁을 하고 있다. 협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2013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됐지만 국회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툭하면 여야 대치 속에 ‘식물 국회’로 전락하기 일쑤다.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 지 거의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의장단과 상임위도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논의가 없어 언제 가능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다. 정치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입법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 대화와 타협이다. 3김은 어둡고 척박한 한국의 토양에 밀알을 뿌렸다. JP의 빈소를 찾은 여야 정치인들은 어떻게 그것을 가꾸고 꽃피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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