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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빛과 그림자] 인력 안 뽑고 비용 줄이기…중소기업 근로자 '52시간 몸살'

입력 : 2018-06-19 19:01:55 수정 : 2018-06-24 18: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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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해법 찾기 분주한 재계/‘9 to 6’ 사라지고 자율 출퇴근… 인건비 상승·구인난 ‘한숨’ / 현대차·한화케미칼 등 유연근무 도입 / 넥슨 등 야근 잦은 게임업계도 동참 / 건설업계는 공사기간 증가 불가피 / “해외 사업장은 예외 적용” 볼멘소리 / 버스업계도 기사 최대 8854명 부족 / 운행 횟수 축소로 ‘교통대란’ 올수도
‘묵묵히 오랜 시간’ 일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 사회가 7월 1일부터 분기점을 맞는다.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기업과 노동 현장에서는 2004년부터 시작한 주5일 근무제 못지 않은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편에서는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과 ‘저녁이 있는 삶’에 한발 다가설 것이라는 기대가 넘친다. 그렇지만 재계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기업들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비용이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새로 사람을 더 뽑기 버거운 중소·중견기업이나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연장·초과근로 수당이 줄게 된 일부 노동자도 수입이 주는 것이 마뜩잖고, 근무 시간을 명확히 못박기 어려운 샐러리맨들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눈치다. 세계일보는 4회 시리즈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고자 한다.

산업화 이후 한국 근로시간의 기준이었던 ‘9시 출근 6시 퇴근’ 시스템이 점차 사라질 듯하다. 7월부터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52시간 근로시간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주요 대기업이 탄력·유연근무 시스템을 대폭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종에서는 추가 인력 수요에 따른 과도한 비용 상승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5월부터 본사 일부 조직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한 집중근무 시간 외 시간에 자유롭게 출퇴근한다.

현대차는 시범 운영을 통해 △집중근무 시간 조정 △개인 용무의 근무시간 제외 문제 △일부 부서의 특수근무 형태에 따른 제도화 어려움 등에 대한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공장 생산직 직원의 경우 이미 주 40시간 근무가 적용되고 있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플렉시블 타임’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직원들은 평일 및 휴일 출퇴근 시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 중 자유롭게 골라 일할 수 있다.

한화케미칼은 탄력근무제 확대와 시차 출퇴근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인 타임 패키지’를 만들었다. 패키지는 지난 4월 말부터 시범 운영 중으로 다음달부터 정식 운영된다. 근태 관리는 직원이 자발적으로 근로시간을 회사 시스템에 입력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불가피하게 2주 이상 연장근로가 발생할 시 휴가로 보상한다.


통신업계도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2주 80시간’을 기준으로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은 2주 단위로 총 80시간(1주 40∼52시간) 범위 안에서 업무 상황을 고려해 근무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7월부터 새롭게 적용할 제도도 논의 중이다.

KT는 2017년부터 매주 수요일 6시 정시 퇴근을 장려하는 전사 캠페인 ‘가족사랑의 날’을 시행해 왔다. LG유플러스는 권영수 부회장 취임 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신설한 ‘즐거운직장팀’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주 52시간 체제에 적응해 왔다. 직원들의 생애주기별 가족 프로그램 운영, 둘째·셋째 주 수요일 오후 5시 퇴근,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시차출퇴근제를 운영 중이며, PC오프제도 도입했다.

‘크런치모드’(마감 직전 초장시간 노동) 등으로 악명 높은 게임업계도 선택근무제 등을 활용해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지난 3월 중순부터 하루 5시간 이상 근무하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역시 탄력근무제를 시행 중인 넥슨은 7월 주 52시간 시행을 앞두고 이달 말쯤 직원 대상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건설업계는 고민이 큰 모습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인해 공사기간 증가 등 상당한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건설정책과제’에 따르면, 37개 현장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건설 현장 총공사비는 평균 4.3%, 최대 14.5%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사들은 이미 수주한 해외공사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계약서보다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어 걱정이 크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해외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무 적용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버스 업계도 아우성이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노선버스업이 특례 대상에서 빠져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최대 8854명의 추가 고용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고 영세한 버스회사들이 무턱대고 기사를 추가 고용할 순 없어 당장 7월 이후 노선버스 운행 횟수 축소와 이에 따른 교통대란, 시민불편 가중 등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필재·김선영·나기천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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