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요즘은 이주민들에게 말을 걸어 대화하는 한국인이 많이 늘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어디에서 살고 어떤 일을 하느냐에서 시작해서 처음 만난 한국인끼리 나누는 대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주민은 한국인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반기지만, 때로는 그 말과 행동에 담긴 편견으로 속상해 한다. 특히,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쌍한 사람’으로 자신을 범주화하는 것이 싫다고 말한다. 이주민을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대하는 것 역시 비뚤어진 시선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너희’와 ‘부유한 우리’(한국인)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
한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어렵고 위험하며 지저분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생활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소득계층의 최하층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민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그들은 결코 불쌍한 존재가 아니다. 성실히 일해 소득을 획득하는 한국 사회의 주역 중 하나다. 또, 따져보면 가난하지도 않다. 초과근로를 많이 해 실제 수령 임금이 높을 뿐 아니라 차곡차곡 저축한 금액도 많다. 더구나 출신국에서 그 돈은 ‘환율의 마술’이 작용해 더 큰 가치를 가진다. 한마디로, 출신국 사회에서 그들은 해외취업의 꿈을 실현한 성공한 사람으로 주위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다문화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한국 사회 전반의 의식과 태도 변화는 필수다. 이주민을 무턱대고 배제하거나 온정적·시혜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주민을 동등한 존재로 대하여 한국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이주민은 이제 더 이상 ‘그들’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기존 주민과 더불어 생활하는 ‘우리’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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