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을 대표하는 사찰은 오대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월정사이다. 월정사는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에 의해 643년(선덕여왕 12)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자장은 중국으로 유학해 오대산 태화지에서 문수보살을 직접 보았는데, 문수보살은 부처의 사리와 가사를 전해준 뒤, 신라에서도 오대산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자장이 귀국 후 찾은 곳이 바로 오대산으로, 이곳에 월정사를 창건하고 오대(五臺) 중 중대(中臺)에 부처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을 조성했다. 월정사를 대표하는 8각 9층 석탑은 고려시대에 세워진 탑으로 국보 48호로 지정돼 있다. 지붕 모양으로 장식한 탑신부와 금동으로 만들어진 머리 장식은 고려시대의 뛰어난 건축미를 보여준다. 월정사 앞 전나무 숲길은 필자도 이곳을 찾으면 꼭 걸어보는 길로 청아한 풍광과 함께 길을 걷는 감촉이 너무나 좋다.
월정사에서 산속으로 더 올라가면 해발 1200m에 자리한 상원사를 만날 수 있다. 상원사는 문수보살상을 모시고 있는 문수신앙의 성지이다. 이곳에 보관된 동종(銅鐘)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이다. 국보 36호로 지정돼 있다. 상원사와 인연이 깊은 왕은 세조이다. 세조는 이곳에 들러 의발(衣鉢)과 좌구(坐具) 등 수선(修禪)에 필요한 물건을 하사했고, 이후 상원사는 세조의 원찰이 됐다. 상원사에는 세조와 관련된 일화와 유적이 많다. 상원사에 행차한 세조가 계곡에서 몸을 씻고 있는데 한 동자가 등을 밀어주었다. 만족감을 느낀 세조는 그를 칭찬하면서 “혹시라도 왕의 등을 밀었다고는 하지 말라”고 하자, 그 동자는 “왕께서는 문수보살을 만났다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라는 일화가 전한다. 계곡 입구의 관대걸이는 세조가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둔 곳이라 한다. 상원사 앞에 고양이 석상이 있는 것도 흥미로운데, 이것은 세조를 암살하려는 자객을 고양이들이 막아 준 일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월정사와 상원사 중간쯤에는 조선시대 실록을 비롯한 국가의 중요 기록물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史庫)가 있다. 사고는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전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조선후기에는 실록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사고를 모두 산간 지역인 태백산, 정족산, 적상산, 오대산에 설치하고 사찰에서 이를 지키게 했다. 월정사는 오대산 사고를 지키는 사찰이기도 했던 것이다.
평창은 근대 문학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기도 하다. 평창군 봉평면에 가면 이효석 문학관과 함께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이효석이 표현한 메밀꽃밭을 만날 수 있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
이외에도 강릉에 가면 전주 이씨 양반가의 안채, 사랑채, 별당, 정자가 잘 보존돼 전통시대 가옥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선교장(船橋莊)을 비롯해 교육 시설인 향교, 중앙 관리들의 숙소로 활용됐던 객사(客舍) 등 주요 유적지를 곳곳에서 만날 수가 있다.
평창올림픽으로 이제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알려진 도시 평창과 강릉. 이곳의 유적지를 찾아 시대를 앞서간 역사 속 인물과 그들이 남긴 흔적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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