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다문화 가족 차별 안돼… 국경 넘는 나눔 필요"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7-12-15 20:44:12 수정 : 2017-12-15 21:55: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장학사업 펼치는 아시아발전재단 조남철 상임이사 “재단 활동이 ‘나눔으로 더해지는 밝은 미래’에 조그만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아시아발전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조남철(65) 상임이사의 이 한마디에선 자신감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아시아발전재단은 아시아 각국의 상호 이해와 교류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 김준일 회장이 출연한 20억원으로 지난해 2월 출범했다.

조남철 아시아발전재단 상임이사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무실에서 “재단은 국내 다문화가정 자녀와 사회적 약자, 조선족·고려인 등 장학사업, 동남아시아 청소년 장학사업 등 나눔과 연대로 아시아의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 상임이사는 방송통신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김 회장이 방송대를 다니고 학교 발전 후원회장을 맡았던 게 인연이 됐다. 조 상임이사는 “아주 좋은 만남이 좋은 뜻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좋은 뜻’의 의미를 물었다. 아시아발전재단이 지난 2년간 가장 힘을 쏟은 분야는 아시아 청소년 장학사업이다. 중국 지린성 연변대를 다니는 조선족·고려인 등 재외동포 학생들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자녀들, 국내 다문화 초중고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재단의 출발은 2015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상임이사가 방송대 총장직을 내려놓고 연변대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을 때 김 회장이 “날씨도 추운데 고생한다”고 찾아왔다. 연변대 총장을 만나 조선족 학생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일대 항일투쟁지를 둘러본 김 회장이 불쑥 매년 50만위안(약 8200만원)씩 총 350만위안(약 6억원)의 장학금을 약속했다.

김 회장의 이런 결심에는 조 상임이사의 평소 생각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조 상임이사의 박사 논문은 ‘일제시대 농민소설 연구’. 일제강점기 만주로 대거 이주한 조선인들 삶이 주된 연구대상이었다. 그는 “조선족이나 고려인은 변변치 않은 나라에서 태어난 죄로 정든 고향을 떠나왔는데도 그 못난 나라를 위해 싸운 (위대한) 민초의 후손들”이라고 했다. 그가 1990년대 이후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재외동포포럼 상임운영위원장, 한인문화진흥원장 등을 맡으며 재외동포 처우개선에 힘쓴 이유다.

조 상임이사가 보기에는 오늘날 다문화 청소년이 근대기 재외동포들이다. 한국인도 외국에선 ‘다문화’이고, 다문화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고 한다면 이들을 ‘나눠 갖는 경쟁자가 아닌 같이 가야 하는 이웃’으로 인정하는 게 세계 11위 경제국으로서의 합리적 전략이자 마땅한 품격이라고 설명한다.

“친정 부모가 시집간 딸들을 사돈네가 부자면 환대하고, 가난하면 홀대한다면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합니다. 하물며 우리 사회나 국가가 출신국이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따라 다문화가족을 차별한다면 당사자는 얼마나 서럽겠으며 국제사회는 또 우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재단은 내년부터 베트남 현지 대학생 30명을 시작으로 매년 120명에게 4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후엔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까지 대상을 확대해 총 240명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왜일까. 조 상임이사는 “재단이 감히 아시아의 ‘풀브라이트 재단’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웃는다. 그는 “우선은 다문화를 매개로 한 아시아 국가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들과 한국을 잇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어코 “국내에도 어렵고 힘든 사람이 많은데 굳이 다른 나라에까지…”라는 말을 꺼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물론 한국 사회에 어려운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좋은 일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우리는 국경과 핏줄을 뛰어넘는 나눔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조그만 나눔이 그 옆을 비추고, 또 다른 선행을 불러 종국엔 더 밝은 사회와 아시아를 함께 여는 밀알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사진=이재문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