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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대사도 모두 교체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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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1 23:18:54 수정 : 2017-07-21 23: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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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를 ‘주권미지정 지역(UU)’으로 만들려고 했던 2008년. 미 의회도서관이 BGN의 결정에 따라 독도가 한·일 간 분쟁지역이라며 UU로 분류하려고 하면서 사달이 났다. 언론보도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국회는 주미대사를 소환해 국토를 수호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부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당시 주미대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해결을 시도했다. 한·미 상공인 행사에서 연설한 뒤 문을 나서는 부시 대통령을 쫓아갔다. 경호원들이 제지하자 그는 소리쳤다. “Mr. President! We have a burning issue between our two countries(각하, 한·미 간 뜨거운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부시가 고개를 돌리더니 “알았다”면서 콘디(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애칭)와 이야기하라고 했다. 대사는 라이스 장관을 설득해 독도를 한국땅으로 바로잡았다. 첫 공개되는 이태식 전 주미대사의 막후 노력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임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던 이 대사를 1년 더 기용했다. 미국 대통령을 상대한 대담함을 평가했던 것이다. 또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와의 친밀도 등 그의 활용성을 고려했다.

그제 노영민 주중대사 내정자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미국에 앞서 어떻게 중국 대사를 먼저 보낼 수 있나”라고 했다. 새 정부가 주미대사를 지명하지 못하니 주중대사는 아직 아그레망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이다. 노 내정자의 첫번째 잘못은 미국 우선주의 선입견이다. 두번째 잘못은 정권이 바뀌면 대사도 모두 갈아치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이미 이명박정부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도 말이다. 대사는 대통령과 정치철학이 맞아야 하지만, 상대 정부 주요 인사들과의 커넥션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때 전례를 깨고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3박을 하도록 만든 게 현재 주미대사이다. 그의 효용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는 모든 것을 바꿀 듯이 기세를 올리다가도 울타리 밖에서는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이 정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대목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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