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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에 물은 좋은 음악적 소재 / 가장 유명한 바다는 드뷔시 ‘바다’ /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도 좋아 / 베토벤 ‘전원교향곡’ 캠핑에 제격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로 심신이 지쳐 있을 때 우리가 찾는 것은 시원한 물이다.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 전체를 식혀주는 분수, 수영장, 냇물, 강, 바다, 이 모두 우리가 한여름에 찾고 싶은 곳이다. 물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소리를 만든다. 그리고 그 소리가 가져다주는 연상 작용으로 인해 우리는 물소리를 듣기만 해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를 찾아 떠나보자.

클래식 음악 작곡가에게 물은 좋은 음악적 소재였다. 특히 바다와 강은 많은 작곡가들이 다투어 묘사하는 대상이다. 가장 유명한 바다는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이다. 이 곡을 듣다 보면 해변의 따사로운 햇살도 느껴지면서 출렁이는 파도소리에 몸이 덩달아 흔들리기도 한다. 또 다른 바다로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이 유명하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바닷가 동굴의 이름이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깎여 만든 동굴의 특별한 모양과 동굴 안에서 만들어지는 특이한 음향효과가 유명하다. 멘델스존은 바다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현악기로 굽이치는 파도를 묘사하고 있다. 물을 묘사하는 음악의 공통점은 같은 선율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멘델스존은 시작부분에 나오는 현악기 선율을 반복과 변형을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출렁이는 파도를 묘사하고 있다. 또 곡의 중간에는 동굴에서의 울림을 관악기로 흉내 내기도 한다. 여름에 동굴에 들어가 본 분들은 그 시원함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물과 동굴이 합쳐진 ‘핑갈의 동굴’은 듣기만 해도 우리의 몸을 식혀주는 시원한 음악이다.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학
피서 가기에 바다가 너무 멀면 가까운 강가도 좋을 듯싶다. 체고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몰다우강’은 주제 선율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강을 실감나게 묘사해 유명해진 곡이다. 시작부분은 졸졸 흐르는 작은 시냇물처럼 들리지만 곧 이어 제법 큰 물줄기를 만들고 그 유명한 선율이 들리면서 강은 우리의 한강처럼 크게 느껴진다. 이 곡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몰다우강을 따라가며 펼쳐지는 풍광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스메타나 역시 우리가 흘러가는 강물을 잊어버릴 만하면 그 주제 선율을 반복한다. 음악의 선율이 이렇게 강을 시각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다.

이런 큰 강이 아니라 우리 무릎 정도의 깊이에 폭도 그리 넓지 않은 강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마도 가장 시원할 것이다. 이 정도의 강이나 시냇물로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제2악장을 추천한다. 이 곡 역시 처음부터 들리는 현악기의 물소리가 전 악장을 지배한다. 베토벤의 시냇물은 그렇게 빠르게 흐르는 냇물은 아닌 듯하다. 물의 양도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간간이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제법 깊은 숲을 지나는 냇물인 것 같다. 아마도 작곡자가 직접 물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시원하기를 넘어 여름 감기로 고생할지도 모른다. 잔잔히 흐르는 냇가 풀 위에 누워 살살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오후를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은 시골의 삶을 제법 회화적으로 묘사한 교향곡이다. 그 무거운 ‘운명교향곡’의 ‘딴딴딴 따-’의 주제와 비교하면 ‘전원교향곡’의 제1악장 첫 주제는 사뿐히 날아가는 나비처럼 가볍다. 이 얼마나 다른 느낌인가. 베토벤은 ‘운명’과 같은 일상의 피곤함을 피하기 위해 완전히 다른 세상인 자연 속으로 산책을 즐긴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전원교향곡’을 들으면 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요즘 자연을 좀 더 가까이 즐기기 위해 캠핑 휴가를 떠나는 분이 많아졌다고 들었다. 우리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전원교향곡’의 제2악장을 너무 크지 않게 감상해 보기 바란다. ‘전원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은 ‘날씨가 갠 후에 농부의 감사’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 곡을 들으며 우리도 이 고마운 자연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음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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