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란 제목으로 전승되는 민요는 대략 60여종, 3600여곡에 달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의 노래는 특정한 저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민족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일반 민중의 정서가 적층적(積層的)으로 형성된 작품이다. 그동안 지역적, 역사적, 장르적 특성에 따라 끊임없는 변주, 변용되어 발전했던 것이다. 아리랑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나아가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장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었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
아리랑은 사랑 노래이다. 임과의 이별을 절절한 심정으로 토로하고 있다. 수많은 종류의 아리랑에 내재된 기본 정서는 결국 임과의 별리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아리랑의 근간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로, 떠나는 임에 관한 회한이다. 회한은 아직도 지울 수 없는 그리움과 간구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와 같은 심리적 저변에는 낭군을 찾아 길을 나서겠다는 간절함이 내포되어 있다.
이 노래의 기본구조는 서두 부분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여음(餘音)과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이라는 의미전달의 가사 체계로 이뤄진다. 아리랑은 순수 우리(동이족)의 언어이다. ‘아리’, ‘아라리’, ‘아라성’은 일종의 타령으로, 단순한 가사 속에서 묻어나오는 복잡하고 절절한 사연이 담겨 있는 것으로, 결국 우리의 소리인 것이다.
이를 구태여 ‘아(我) 리(里) 랑(郞)’이란 의미로 바꾸어 ‘나는 마을(이웃)로 낭군(남편)을 찾아간다’는 유권해석을 한다면 혹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이라 손가락질 받을 일은 아닌가 되뇌어 본다.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공히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결혼이민자는 물론 노동이주자로 국내에 유입되었다 할지라도 그들은 한국에 뿌리내린 채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2016년 지난해 한 해만 성사된 국제결혼은 2만600건에 달한다. 그 가운데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성이 결혼한 숫자가 1만4800건으로, 외국에서 남편을 찾아온 여성이 많음을 의미한다.
아리랑이란 우리의 대표적 전통민요가 이제는 결혼이주여성인 다문화가족에게는 의미 있는 노래가 되고 있다. 이제 한민족이란 제한적인 국수적 범주를 벗어나 세계인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길연 다문화평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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