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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를 국회로] ④ 국회의원 설문조사해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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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05 23:04:48 수정 : 2011-01-05 23: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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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이 그만두는 바람에”상당수 청원 내용조차 몰라
“해당 상임위가 아니라서”3건중 2건 본회의 불부의
“부탁받아서 넘겨준 것뿐”지역관리 위해 내용 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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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에 제기된 청원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건 ‘숨은그림 찾기’와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들은 ‘소개 의원’으로 나섰으면서도 청원 제기 이후 사실상 손을 놓은 경우가 많다. 담당 보좌관이 퇴직해서 아예 내용조차 정확히 모르는 사례도 있다. 특히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지역구에서 올라온 민원성 청원을 소개만 한 의원도 있다. 결국, 국회의원들이 부실한 청원을 소개하거나 소개 후 처리에 ‘나 몰라라’ 하다 보니 다른 의원들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결과가 빚어지는 셈이다.

◆“보좌관이 그만둬서”, “해당 상임위가 아니라서”

“의원실에서 소개한 청원에 대해 문의하려는데요.”(기자)

“청원요? 저희 그런 것 한 적 없는데요.”(의원실 보좌관)

“애국지사 예우와 관련한 청원이었는데요.”(기자)

“담당 보좌관이 퇴직했습니다. 아는 사람이 없어요.”(보좌관)

모 국회의원이 ‘소개 의원’으로 나선 청원 처리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의원실 측과 통화한 내용이다.

다른 의원실 상당수도 소개한 청원 내용과 처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금과 관련된 청원 등 3건을 소개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보좌관이 있을 때 한 것이라서 알지 못하고, 관련 상임위에 있는 청원이 많다 보니 처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무책임하게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해당 의원실에서 소개한 청원 3건 중 2건은 본회의에 올리지 않기로 불부의 처리됐다.

환율과 관련된 청원을 소개한 한 의원실은 청원이 지난해 본회의 불부의됐는데도 아직껏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택시 규제와 관련된 청원을 소개한 한 의원실은 해당 청원 진행상황을 문의하자 “너무 오래된 청원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결과 통보가 아직 없는 걸 보니 (청원 처리가) 안 된 것 같다”고 무책임하게 답변했다.

청원을 소개하긴 했으나 청원을 다루는 상임위 소속 의원이 아니다 보니 처리에 한계가 있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주거환경과 관련된 청원을 소개한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청원을 다루는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찾아가 설명하는 등 노력했지만 의원이 해당 상임위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어 아직 계류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지역 민원이라 어쩔 수 없어서…”

국회의원들이 소개한 청원은 자신이 속한 지역구와 관련된 민원 비중이 작지 않다. 국회에서 다뤄질 만한 수준에 못 미치는 청원마저 소개한 의원도 있다. 의원들이 청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기보다 민원 처리쯤으로 여기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18대 국회에서 4건의 청원을 소개한 한 의원실의 경우 3건은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서 낸 민원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민원이 들어와서 청원을 소개했지만, 의원이 관련 상임위도 아니라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지역 민원성 청원 중 시설물 이전, 존치, 설치반대 등의 사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18대 국회에서 이 같은 청원 10여건이 ‘소개 의원’을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그렇다 보니 특정 시설물을 놓고 존치를 원하는 측과 이전을 바라는 측 청원이 한꺼번에 들어온 사례도 있다. 경북 칠곡군 고속철도 약목보수기지 내에 있는 컨테이너 적치장을 놓고 한나라당 김태환(경북 구미시을), 김성조(경북 구미시갑) 의원실은 존치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소개했다. 반면 같은 당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실은 이전 또는 폐쇄를 바라는 내용의 청원을 소개했다.

군 부대가 해당 지역으로 오는 걸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을 소개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가 소개를 하긴 했으나 청원이 소개할 만한 건은 아니었다. 부탁을 받아 넘겨준 것일 뿐”이라고 털어놨다.

사건팀=이강은·나기천·이귀전·조현일·유태영 기자 societ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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